기획전시 ‘옷, 영화를 입다’ <리틀 포레스트>의 재하 의상부터 <강철비>의 엄철우 의상까지

by.오성지(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2018-09-07조회 318

어떻게 하다 보니 올해 내 업무가 박물관 전시 기획이 되었다. 박물관 개관 시 담당 팀장이었기 때문에 업무가 낯설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일이라 연초에는 긴장도 되었다. 영화박물관이 2008년 5월 시네마테크KOFA와 함께 개관했으니 벌써 10년이 되었는데, 몇 년 전 리모델링을 한 후 현재의 상설전시실과 매년 두세 차례 기획전시를 개최하는 기획전시실로 운영되고 있다. 업무를 맡고 나서 가장 고민된 것은 역시나 좀 더 많은 분이 영화박물관을 찾아주고, 그분들이 박물관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가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것이었다.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 영화사적 의의가 있는 전시가 무엇일까? 영상자료원이 갖고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전시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하다 결정한 상반기 전시는 수집팀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영화의상과 소품 수집 캠페인 ‘영화관 옆 박물관’을 전시로 풀자는 거였다. 황정민·소지섭 배우가 <군함도>에서 입었던 의상, 이제훈 배우가 <박열>에서 입었던 의상이 이미 수집되어 있고, 당시 칸영화제 출품으로 주목받고 있던 <버닝>의 종수(유아인)·벤(스티븐 연) 의상, <강철비>의 엄철우(정우성)·곽철우(곽도원)의 의상이 그 시점에 수집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전시 아이템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다른 일로 자료원에 오신 임순례 감독님께 <리틀 포레스트> 의상 기증을 말씀드리니 흔쾌히 의상실장님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옷을 보내주시겠다는 거였다. 훈남 류준열 배우가 연기한 재하의 옷, 청순하면서도 강해 보이는 김태리 배우가 분한 혜원의 옷까지!(임순례 감독님이 직접 드라이클리닝 비닐에 싸인 옷들을 사무실로 갖다주셨다. 같이 엘리베이터에 탄 우리 직원에게 “저 세탁소에서 온 것 같죠” 하셨다나. 감독님 너무 감사합니다!!)

전시 업체가 결정되고 옷을 모았더니 몇몇 작품의 옷을 제외하곤 사실 너무나 평범한 옷이었다. 이 옷들이 스크린에서 돋보인 것은 과연 배우들의 힘이구나 싶었다. 어떤 옷은 전 국민이 한 벌 정도는 갖고 있을 브랜드의 옷이었고, 어떤 옷은 특징이 전혀 없는 그냥 그런 옷이었다. 그러니 이 옷들이 스크린에서처럼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연출을 잘해야 하는데 내 백그라운드는 영화 쪽이라 전시에 대해서는 쥐뿔도 아는 게 없었다. 결국 업체와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전체 전시 콘셉트가 정해졌다. 로비에는 올해 수집한 <버닝>과 <리틀 포레스트>의 의상을 전시하고, 기획전시실에는 나머지 여덟 작품을 적절하게 공간을 나누어 각 영화의 특징에 맞는 방법을 찾아 옷을 디스플레이하기로 했다. 옷이 나온 장면과 주요 장면을 영상으로 편집해 관객이 이 옷이 어떤 장면에 나왔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관객이 지나가면 옷에 조명을 비추도록, 그리고 몇 작품은 주요 대사가 나오도록 해 관객이 옷에 집중하게 유도했다. 그리고 의상감독 인터뷰를 중간에 넣어 작은 공간이지만 관객이 잠시 쉴 수 있도록, 내벽은 기증자들의 사진과 김유선 의상감독의 스케치로 꾸미기로 했다. 그리고 관객들이 옷을 입어볼 수 있도록 <사도>(이준익, 2015)의 곤룡포를 제작해놓았고, 디지털 영상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젊은 관객을 위해 디지털 의상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전시를 오픈하고 보니 가장 젊은 관객에게 사랑받는 의상은 류준열 배우의 재하 의상과 역시 류 배우가 <소셜포비아>에서 입고 나온 스카잔 점퍼, 현란한 패턴의 바지(사실 조감독 개인의 옷이었다고 한다)였다. 류 배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이 의상들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도 자주 등장했고 ‘옷, 영화를 입다’를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저도 류준열 배우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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