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형제는 용감했다: <오! 브라더스>(김용화, 2003) 월간스크린 ㉓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9-03-06조회 3,865
오! 브라더스

2003년 | KM컬쳐

감독, 각본: 김용화 | 제작: 박무승 | 촬영: 박현철 | 미술: 박일현 | 음악: 방준석 김덕윤

CAST
오상우: 이정재 | 오봉구: 이범수 | 정 반장: 이문식 | 허기태: 류승수 | 은하: 김준희
 
지금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두 편의 ‘천만 영화’를 거느리게 된 김용화 감독의 시작은 16년 전의 <오! 브라더스>였습니다. 몇 번 말씀 드린 적이 있었지만, 2003년은 한국영화의 ‘은혜 받은 해’였죠. 신인급 감독들이 다양한 장르에서 상업적 성공과 함께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실험성이 정점에 올랐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오! 브라더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추석 시즌 개봉된 이 영화는 <불어라 봄바람> <조폭 마누라 2> 그리고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와 <분노의 질주 2> 등을 꺾고, 3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종 승자가 되었죠.
 
 
이 영화의 현장 공개는 두 번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첫 번째는 2003년 5월, 오상우(이정재)가 배다른 형제인 오봉구(이범수)를 찾으러 간 장면이었죠. 봉구는 어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2살인, 조로증 환자입니다. 장소는 남양주에 있는 서종초등학교. 형을 따라 학교를 떠나야 하는 봉구의 모습이 조금은 슬퍼 보입니다.
 
 
1994년 <젊은 남자>(배창호)로 영화에 데뷔한 이정재는 10년차를 맞이해 <오! 브라더스>에 출연했고, 이 영화는 그때까지 그의 최고 흥행작이 됩니다. 이때 시작된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이어졌고요. 이정재는 상우라는 캐릭터가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라고 말하는데요, 봉구를 통해 변하게 됩니다. “상우가 지닌 상처를 봉구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런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이 바뀌게 되고요.”
 
 
2003년 이범수는 <싱글즈>(권칠인)와 <오! 브라더스>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오! 브라더스>는 힘든 영화였습니다. “부담이 컸어요. 아무리 시나리오가 뛰어나고 감독의 연출력이 좋아도, 내가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면 이 영화는 무의미했으니까요.” 그래서 초등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같이 뛰어놀며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했다고 하네요. 한편 이범수는 김용화 감독의 중앙대학교 영화과 2년 선배로, 현장에서 맏형 역할을 했습니다.
 
 
김용화 감독에게 <오! 브라더스>의 시작은, 역시 두 형제의 이야기인 단편 <자반 고등어>(2002)였습니다. 김용화 감독은 상업영화로 진출하게 된다면 이 영화를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때 <>(프랜시스 코폴라, 1996)을 보게 되면서 ‘조로증’이라는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두 영화의 차이가 있다면, <잭>은 인권에 대한 메시지가 강하다면 <오! 브라더스>는 형제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죠.
 
 
 
이정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감독에 따라 다르지만 배우의 연기는 60퍼센트 정도만 보고 나머지는 앵글, 음악, 편집, 효과로 채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김용화 감독님은 배우의 연기를 80퍼센트까지 보더라고요. 철저히 배우의 감정에 맡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래서 시사회 앞두고, 제 연기가 어떻게 나왔을지 더 걱정됐어요.”
 
 
이날 촬영 분량은 없었지만, 상우의 동료 기태 역을 맡은 류승수가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쉬는 시간 빙과류로 초여름의 더위를 식히고 있는 이범수와 류승수의 모습입니다.
 
 
<오! 브라더스>의 두 번째 현장 공개는 7월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이뤄졌습니다. 흥신소 박 사장(박영규)와 상우 그리고 봉구의 신이었습니다. 박 사장은 상우에게 돈 받아오는 일을 시키지만 상우는 싫다고 하죠. 이때 갑자기 봉구가 등장하고, 박 사장은 봉구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합니다. “주먹을 불끈 쥐어 보는 게 어떨까?” ““탁자 위에 발을 올려놓는 건 어때?” 이 장면을 위해 감독과 배우들은 1시간 동안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정재에게 ‘흥신소 직원’이라는 캐릭터는 <태양은 없다>(김성수, 1999)에 이어 두 번째였죠. 그리고 그때 만났던 이범수와 <오! 브라더스>에서도 만났고요. 두 편 모두 이범수가 단발머리로 등장했다는 점도 재밌는 공통점이네요. 달라진 게 있다면 <태양은 없다>의 홍기가 가볍기만 한 ‘압구정 날라리’였다면, 상우는 절박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현실적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김용화 감독은 이 신의 촬영을 마친 후에도 뭔가 부족함을 느꼈는지 다시 찍겠다고 욕심을 냈습니다. 영화에선 평범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결코 쉽게 찍은 장면은 아니었던 거죠.
 
 
<오! 브라더스>는 김용화 감독의 중요한 테마인 ‘가족’이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장애를 지닌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도 여전히 살아 있는 ‘김용화 영화’의 요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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