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박찬욱, 복수의 시작: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2002) 월간 스크린 ㉞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9-06-25조회 8,123
복수는 나의 것 스틸

2002년 | 스튜디오박스

감독: 박찬욱 | 각본: 박찬욱 이무영 이재순 이종용 | 제작: 임진규 | 촬영: 김병일 | 미술: 오상만 오재원 최정화 | 음악: 어어부 프로젝트

CAST 동진: 송강호 | 류: 신하균 | 영미: 배두나 | 류 누나: 임지은 | 유선: 한보배 

<복수는 나의 것>은 촬영 초반부와 후반부, 두 번에 걸쳐 현장 공개를 했습니다. 버티고개역에서 이뤄진 첫 번째 공개 신이 다소 밋밋했다면, 두 번째는 전혀 달랐습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대목이었는데요, 바로 동진(송강호)이 류(신하균)를 물 속에서 죽이는 장면입니다. 적잖이 추운 날씨에 차가운 물 속에서 배우들이 큰 고생을 했던 신이었죠.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의 섬진강 부근. <남부군>(정지영, 1990)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1998)이 촬영되기도 했던 이곳은 <복수는 나의 곳>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류와 류의 누나(임지은)의 추억이 깃든 곳이며, 류가 죽은 누나를 묻은 곳이며, 동진의 딸 유선(한보배)이 죽은 곳이며, 결국 류가 동진에게 죽게 되는 곳이죠. 액션의 대부분이 물 속에서 이뤄지는 바람에 그 준비와 진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이 말과 함께 동진은 류의 목숨을 끊습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류를 끌고 물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 대목은 이후 영화의 포스터 이미지가 됩니다.
 
 
격한 연기 도중 송강호는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지만, 그대로 촬영을 강행했습니다.
 
 
물에서 나온 배우들의 모습입니다. 난방 기구로 체온을 유지하지만, 곧 다시 물 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박찬욱 감독이 “쉬었다 갈까, 그냥 갈까?”라고 묻자, 두 사람은 입을 모아 “그냥 가시죠”라고 대답합니다.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었지만, 배두나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류는 말을 못하고 동진도 거의 대사가 없는 상황에서, <복수는 나의 것>의 대사는 대부분 배두나가 맡아야 했는데요, “연기 가운데 대사에 제일 자신 없다”는 그녀는 “영화의 흐름을 깨지나 않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자신의 촬영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편한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만난 신하균과 배두나는 연인이 되었죠. 당시 두 사람은 충무로에서 가장 촉망 받는 배우들이기도 했는데요, 당시 <스크린>과의 인터뷰에서 배두나는 “배우라는 연대 의식이 서로를 가깝게 만들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균 오빠랑 둘이 있을 때 가끔 그런 이야기도 해요. 작년엔 유망주 1위로 꼽혔는데 올해엔 가장 과대 평가 받은 배우 1위로 뽑히면 어쩌냐고. 어쨌든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을 얻어서 기분 좋아요. 호평에 대한 책임감도 생겼고요.”

 
힘든 촬영이었지만 모니터링을 하는 감독과 배우의 표정은 밝습니다. 하지만 처음 <복수는 나의 것>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고 하네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당황했어요. 표현이 ‘세다’고 생각했죠. 변칙적이고 냉소적인 가운데 리얼리즘의 확장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던 박 감독님의 작품 세계가 내 기준치보다 한층 더 세게 올라가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고 더욱 매력적이었죠.”
 

   
이날 현장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습니다. 게다가 신하균을 응원하는 팬들이 플래카드를 만들어 오기도 했죠. 
 
 
박찬욱 감독은 “새로운 형식적 시도가 관객들에게 낯설 수 있다”며, “표현이나 감정의 과잉을 억제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강호가 물에 젖어야 하거든, 그러니까 머리까지 잠기게 푹 들어갔다 나와.” 감독의 주문에 배우들은 얼음장 같은 강물을 흠뻑 뒤집어씁니다. 얇은 바지를 입고 손발이 묶인 채 물 속에서 끌려가는 신하균 역시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현장에 배우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집니다. 막바지여서 그런지 한결 여유로워진 현장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류가 수화와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신하균은 몸무게가 부쩍 줄어 눈매가 더 깊어졌습니다.

 
송강호 역시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2000) 때보다 10킬로그램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누구일까요? 류의 누나와 류의 어린 시절 역을 맡은 아역배우 정나예와 한성진입니다. 이 날은 이 두 아이들의 촬영도 있었습니다만… 영화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어떤 장면들이었을까요?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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