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낯선 여행>은 현대판 인어공주 이야기를 환상적이고 기묘한 뮤지컬 영화 <인어와 함께 춤을>(2015)로 만들어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아그니에슈카 스모친스카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다. <낯선 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는 첫 씬에서 등장한다. 트렌츠코트를 입은 금발의 여성이 위험천만한 레일 위에서 플랫폼으로 기어오른다. 넋 나간 사람처럼 몇 걸음을 걷던 여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사이에서 치마를 올린 후 쪼그리고 앉아 소변을 본다. 주인공의 등장을 알리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그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하며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낯선 여행>은 이야기를 가진 통상적인 예술작품과는 다르게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엄마였던 킹가는 어린 아들과 함께 탔던 자동차 사고 후 기억을 잃고 2년 동안 실종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사건이다. 그러나 영화는 기억을 잃은 킹가가 2년 동안 알리치아로 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시점에서 시작한다. 이는 예술작품의 소재이기보다, 현실 세계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가깝다. 가족 구성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알리치아로 살던 그녀는 사고 현장을 방문한 후, 사고 당일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자신이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깨닫지만 떠나기로 한다. 죽은 엄마가 기억을 잃은 채 살아 돌아온 것에 혼란을 느끼는 아들 때문인지, 킹가와 알리치아 중 알리치아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인지, 그 결심의 이유가 모호하다. 주인공 킹가, 알리치아를 연기한 가브리엘라 무스카와가 6년간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018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된 영화. [권은혜]
(출처 :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