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광고 음악가 강근식 청춘의 음악 만들어낸 영원한 청년 음악인

by.공영민(영화사연구자) 2018-08-14조회 2,216

1946년 평양 출생으로 6.25전쟁 때 월남해 강원도 상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던 꼬마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형님들이 어디선가 얻어온 기타를 한 번씩 쳐보고, 나무에 그린 피아노 건반으로 연습하는 누이를 보며 음악을 배웠다. 가수 활동을 하던 삼촌 손인호는 악극단 활동에 얽힌 무대 이야기를 해주었다. 변변한 악기 하나도 없고 제대로 된 음반 한 장 없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둘러싸여 생활한 덕에 그는 평생 음악을 업으로 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1970년대 청년 문화를 대표하는 <별들의 고향>(이장호, 1974)과 <바보들의 행진>(하길종, 1975)에서 음악을 담당하고, 지금도 회자되는 ‘해태껌’ ‘부라보콘’ ‘트라이’를 비롯해 수백 편의 광고음악을 창작한 강근식 선생의 이야기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한 그의 구술은 시대별로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지형을 살피는 데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따라서 1960~70년대 청년 문화의 발흥과 절정을 음악과 광고로 회고하는 강근식 선생의 구술은 당시의 한국영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는 데 중요하다.

강근식 선생의 구술을 통해 1970년대 화천공사가 제작한 <별들의 고향>과 <바보들의 행진> 등의 음악 작업 배경과 함께 당시 청년 문화를 직접 겪은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1960년대 후반 대학 밴드 활동과 이장희, 송창식, 조동진 등의 음악을 작업한 오리엔트프로덕션의 작업 방식, 대중문화 예술인과의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선생의 이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음악의 역사 또한 파악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강근식 선생의 구술은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등장한 1960~70년대 젊은 대중문화 예술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는 홍익대학교 도예과 재학 시절 학내 밴드인 홍익 캄보의 기타리스트로서 음악 활동을 시작, ‘TBC 전국 남녀 대학생 재즈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수상을 기회로 당시 가장 ‘핫’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에도 출연할 만큼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후 1970년대 청년 문화를 대표하는 다양한 음악의 산실이라 부를 수 있는 오리엔트프로덕션 소속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이장희와 동방의 빛, 조동진, 현경과 영애를 비롯한 다수의 음악인과 협업했다. 이장희와 동방의 빛의 기타리스트로 이화여자대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할 때는 앙드레 김 선생이 직접 무대의상을 제작해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음악 활동을 바탕으로 강근식 선생은 1970년대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새롭게 등장한 음악인으로서, 영화계와 광고계의 신진 인력들과 협업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특히 음악과 영화에서 청년 문화를 대표하는 오리엔트프로덕션과 화천공사의 만남으로 탄생한 <별들의 고향>과 <바보들의 행진>은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과 파장을 끼쳤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 작업은 이 영화들이 현재까지 회자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음악과 동시에 시작한 광고음악은 현재까지 음악인 강근식을 소개하는 데 중요한 프로필이 되었다. 김세환이 부른 ‘부드러운 껌’(해태껌)과 정훈희?윤석화 등이 부른 ‘열두 시에 만나요’(부라보콘), 지금까지 패러디되는 ‘멋진 남자 멋진 여자’(트라이) 등은 CM송을 넘어 시대를 소환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30여 년 동안 광고음악을 창작하며 경험한 대중문화와 사회 변화의 관계는 그의 구술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1970년대 충무로가 영화의 거리에서 광고의 거리로 변화하는 과정, 영화가 아닌 광고를 통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과정, 광고의 종류가 식료품 위주에서 전자기기로 변화하는 과정 등은 광고를 통한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백발의 노신사는 현업에서 은퇴한 후 다시 기타를 잡고 매일매일 쉼 없이 연습을 한다. 평생 음악과 함께한 선생의 모습은 이제 무대 위 ‘기타리스트 강근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

레모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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