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컬트적’인 한국영화(계속)

2020-08-24 ~ 계속
풍문으로 들었소: ‘컬트적’인 한국영화(계속)
책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 xx선』 등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 혹은 동아리에 돌아다니는 영화 추천목록부터 취향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영화 추천리스트가 존재한다. 개별 목록들은 사람들에게 영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며 마치 잘 정리 된 ‘세계문학전집’ 같다. 반면 목록은 없지만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소수의 열광적인 팬을 보유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조금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이 영화들은 풍문으로 전해지는 ‘구전 영화’영화들이다. 영상자료원 온라인 기획전 「풍문으로 들었소:‘컬트적’인 한국영화」는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한국영화들을 모은 기획전이다.
소개하는 영화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힘드리라 예상된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개봉당시에도 많은 관객을 모으지 못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영화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제에 붙은 ‘컬트적’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들과는 다른 미학적 잣대로 영화를 본다면 새로운 재미 혹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컬트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현상이자 수입된 개념으로 그 정의에 꼭 들어맞는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즉 성립자체가 힘들기에, ‘컬트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상영되는 영화들은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로 하나의 현상을 이끌어냈거나, 당대 유행했던 장르들을 횡단하며 컨벤션과 아이콘을 뒤섞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은 우리에게 그 시대의 하위문화를 마주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할 것이다. 
<무서운 집>, <영구와 땡칠이>는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낸 영화들이다. <무서운 집>은 단 하루 개봉하고 VOD시장으로 향했지만 소수의 열광적인 관객들 덕에 재개봉했고 <영구와 땡칠이>는 아이들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개봉관에 걸리는 현상을 낳았다. <삿갓쓴 장고>, <바이오 맨>, <하피>, <관속의 드라큐라>, <시실리 2km>는 당대 유행했던 장르들을 넘나들고 있으며 <왜?>, <미지왕>은 이제껏 보기 힘들던 새로운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사에서 독보적인 감각을 보유한 컬트영화감독이자 시네아스트인 김기영 감독의 <육식동물>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당신이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자가 되진 않더라도 영화들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 1. 김시선 영화채널을 통해 <육식동물>, <무서운 집> 소개 영상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user/13neye
   2. <영구와 땡칠이>는 대원미디어에서 제공해주었습니다.
   3. 본 상영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 진행되며, 한국영상자료원 KMDb VOD 기획전을 통해 제한적 관람 가능합니다. 영상 다운로드는 불가하며, KMDb VOD를 통한 즐거운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상영작품
  • 01. 미지왕 김용태, 1996
    바람둥이 왕창한과 열 살 연상의 재벌 외동딸 엄청난의 결혼식이 열린다. 신랑입장 직전 왕창한이 사라진다. 하객으로 참석했던 경찰이 신랑 왕창한을 찾기 위한 수사본부를 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불러내 수사한다. 왕창한에 대한 그들의 회상을 통해 그의 과거 행적과 여성 편력 등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김용태 감독과 흥행실적이 좋았던 태흥영화사의 만남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큼 실험적인 이미지와 내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평소 B급 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김용태 감독의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소 황당하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은 영화 촬영장면을 노출시킴으로써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그어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돕는다. 또 한국사회에서 터부시되던 것들을 부풀리고 비틀어 영화에 보여줌으로써 사회비판의 메시지로도 읽을 수 있다.

    ※ 키노가 뽑은 1997년 한국영화 베스트4위에 이름을 올렸다.
  • 02. 바이오맨 조명화,김청기, 1988
    장도일은 재벌 집 막내아들로 방황하며 지내던 중 형 영일이 비밀리에 연구 중이던 반도체 설계도를 도둑맞은 사실을 알게 된다. 도둑맞은 설계도를 찾기 위해 장도일은 홍콩으로 떠나지만 악당들의 총탄에 맞아 죽음 진전에 이른다. 그를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던 형은 현대 과학을 이용해 그를 싸이보그 인간으로 살려내고 살아난 장도일은 설계도를 찾고 복수하기 위해 그들을 찾아 나선다.
    사실 톱스타 박중훈을 기용하고 태국, 홍콩 로케이션을 떠난 <바이오맨>은 ‘컬트적’이라는 표현에 적합한 영화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적인 히어로를 만들고자 했다던 김청기 감독의 인터뷰처럼 <바이오맨>은 당시 유행했던 <람보>, <로보캅>,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제작여건이 생각처럼 마련되지 못해 계획엔 실패하고 영화는 전체관람가로 개봉하게 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 시도와 엇나감 사이에 존재한다.
  • 03. 왜? 박노식, 1974
    얼굴도 모른 채 오랫동안 아버지와 헤어져 있던 봉선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 최용과 장칠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동행하나 도착하자마자 김일성의 생일 축하금 마련에 혈안이 된 조총련은 봉선에게 주어진 거액의 상속금을 노려 마수를 뻗친다. 봉선 일행은 고전 끝에 조총련 행동대원 노진아의 도움으로 조총련의 흉계를 물리치고 봉선의 아버지 최광진을 만나게 된다. 
    박노식 감독은 배우로 데뷔했지만, 7편의 장편을 찍으며 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첫 연출작인 <인간 사표를 써라>부터 류승완 감독이 리메이크했던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도 있지만, 감독으로서 가장 빛난 작품은 <왜?>이다. 이전작품들에서 어설픈 연출이 곳곳에 보였으나 <왜?>에선 씬 이동 및 연출이 훨씬 세련되어 졌으며 웃기는 용팔이와 하드보일드한 일본 야쿠자 두목으로 분해 1인 2역을 담당하는 박노식을 볼 수 있다. 또 영화 줄거리 소개에선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요소들이 영화에 심겨져 있다.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조합해 만든 영화인만큼 세세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그의 취향을 하나로 갈무리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왜?>에 등장하는 십자가 처형대, 발 싸대기 등 명장면이 많으니 꼭 관람하길 권한다.
  • 04. 하피 라호범, 2000
    단편공포영화 <하피> 촬영을 앞둔 영화동아리 무비텐의 회원들은 잔인한 살해방법을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동아리의 시나리오 작가인 수연은 현우를 좋아하지만 예림과 사귀는 현우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현우가 수연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하자 예림은 수연을 괴롭히기 시작하고 묵혀뒀던 감정의 골들이 수면위로 드러난다. 영화 촬영을 며칠 앞두고 동아리의 촬영감독인 경재가 손을 다쳐 급하게 비동아리원인 태동으로 교체되고 촬영을 위해 수연의 산장으로 향한 동아리 원들에게 끔직한 일이 발생한다. 
    2000년대 초 <스크림>을 위시한 슬레셔 무비가 한국에 흥행하자 앞 다투어 제작사들은 슬레셔 영화들을 만들어냈고 <하피>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영화이다. <하피>의 가장 큰 매력은 내레이션과 음향효과이다. 내레이션은 주로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되고 음향효과는 감정의 고양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하피>의 내레이션과 음향효과는 오히려 관객들의 감정연결을 끊기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는 장면에서 이것은 소품이라고 알려주거나 림에 맞은 공이 튕겨 나올 때 ‘뛰용’ 등 의 효과음이 등장하는 식이다. 내레이션과 음향효과는 후반작업임이 분명한데, 라호범 감독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 05. 삿갓쓴 장고 최영철, 1985
    경찰이 되어 부모님의 원수를 갚겠다는 장고와 세계교통정리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소림사는 꿈을 안고 상경하지만, 학자금 마련을 위해 가져왔던 돼지새끼와 강아지를 두꺼비 일당에게 사기당해 뺏기고 만다. 돈이 필요한 그들은 애리, 말숙 자매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에 취직한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장고는 두꺼비 일당의 왕초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고 재산을 가로채 일본으로 밀항한 강달성, 도왕과 한패임을 알게 되고 그들이 지금은 마약밀매 업자라는 사실도 캐낸다. 이에 그들은 애리의 진언과 명심보감의 금언을 토대로 기지를 발휘해 수사관들과 함께 그 일당을 일망타진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관을 끌고 다니는 두 사내가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통성명 한다. 처음에 등장한 이는 장씨 성에 높을 고를 쓰는 ‘장고’이고 뒤에 등장한 이는 소씨 성에 임할 림 스승 사를 쓰는 ‘소림사’이다. 눈치 챘는가? 통성명에서 드러나듯 <삿갓쓴 장고>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 <쟝고>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수많은 장르 영화와 대중문화를 얼기설기 섞어 놓은 영화이다.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는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이해하며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매 씬에 주어진 요소들을 즐긴다면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 06. 영구와 땡칠이 남기남, 1989
    인간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뱀파이어, 늑대인간, 강시는 프랑켄슈타인을 깨우려 폐가에 잠입한다. 자신의 이를 찾으러 폐가로 간 영구는 그들의 정체를 눈치 채고 마을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는다. 뱀파이어 무리는 도회적인 이미지로 마을사람들의 호감을 얻고 부족한 피를 채우기 위해 마을 아이들을 납치하기 시작한다. 이를 막고자 영구는 스님을 찾아가고 이미 귀신들의 소행을 알고 있던 스님은 프랑켄슈타인이 깨어난다는 보름날 스님과 영구와 아이들은 찾기 위해 폐가로 향한다. 
     이번 기획전에서 ‘컬트적’이라는 표현에 가장 적절한 영화가 <영구와 땡칠이>가 아닐까 싶다. 개봉관에 걸리지 못했던 작품이 아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개봉관 까지 올라간 보기 드문 사례이다. 영화의 시작에 등장하는 “우리 모두 영구를 불러 볼까요?”를 보면 당시 영화관의 수많은 아이들이 영구를 부르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스님의 도력으로 서양의 귀신들과 싸우는 설정이 흥미롭고 심형래, 김학래, 박승대 등 유명 코미디언이 등장해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영구와 땡칠이>는 시리즈로 꾸준히 제작되었다.

    ※대원미디어 제공으로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되어 감사를 표합니다.
  • 07. 시실리2km (時失里 2km) 신정원, 2004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들고 튄 석태는 교통사고로 시실리에 흘러든다. 그곳에서 숨겨둔 다이아몬드를 확인하려 화장실에 들어간 석태는 낙상해 죽을 위기에 처한다. 석태의 콧구멍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주민들은 그를 묻어버린다. 그런 석태를 쫓는 양이는 동생들을 데리고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시실리에 도착한다. 별 소득이 없자 마을을 떠나려 하던 때 석태의 양말 한 짝을 발견하고, 양이는 본격적으로 석태를 찾기 시작한다. 이를 저지하려는 마을 주민들과 석태를 찾아 다이아몬드를 가져가려는 양이와의 대결 중 죽은 줄 알았던 석태가 살아나고 처녀귀신 송이까지 참전하기 시작하는데.
    <시실리 2km>는 신정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호러, 스릴러, 액션, 코미디, 멜로를 횡단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하나의 성격으로 정의하기엔 다소 모자란 데가 많다. 덕분에 캐릭터들이 스테레오 타입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고 처녀귀신 송이와 양이의 로맨스 또한 감정과잉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 08. 무서운 집 양병간, 2014
    사진작가 부부는 새로 장만한 4층 집에 스튜디오를 꾸미고 이벤트에 사용할 마네킹들을 조립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남편이 출장을 가게 되어 큰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내는 노래를 부르며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즐거움도 잠시,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와 쳐다보는 마네킹의 모습에 놀라 도망치지만 이사 준비로 예민해진 탓에 헛것을 보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넘겨버린다.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소리와 자신을 따라다니기라도 하는 듯 쉬지 않고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형체들이 아내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는데.
    <무서운집>은 이번 기획전에 포함된 작품 중 가장 근작에 해당하며 개봉당시 많은 유튜버와 언론에서 집중했던 작품이다. 단 하루 개봉했지만 VOD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 서울과 부산에서 개봉하게 된 영화로 2015년 문제작으로 자주 언급되는 영화이다. 양병간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철저히 따르지 않은 이 영화는 귀신의 공포보다 가사노동의 공포가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 09. 관속의 드라큐라 이형표, 1982
    유학중인 성혜는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귀국한다. 성혜는 자신의 귀국 이유를 답하지 않은 채 우울함과 두려움을 호소하고 약혼자이자 의사인 충한은 자신의 친구인 신부 박철환과 상의한다. 드라큐라 백작은 성혜를 노리고 한국에 들어와 그녀에게 접근하고 그녀는 두려움을 느껴 정신병원에 입원당하기도 산속 절로 피신하기도 하지만, 결국 유학시절 친구의 거짓말에 속아 드라큐라 백작에게 피를 빨리고 그녀도 드라큐라가 된다. 드라큐라가 된 성혜는 충한의 피를 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철환, 충한, 스님은 드라큐라와의 최종 대결을 벌인다.
    <관속의 드라큐라>의 압권은 클럽에서 사람을 꼬셔 피를 마시는 장면이다. 화려한 클럽에서 어색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드라큐라 백작의 모습이 인상 깊으며, 묵주를 들고 드라큐라와 싸우는 스님과 십자가를 들고 싸우는 신부님이 힘을 합쳐 드라큐라 백작을 처단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제작당시 드라큐라 역할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가 출연할 뻔(진짜인지 알 수 없다) 했으나 불발되었다. 그를 대신해 미국의 드라큐라 전문배우 ‘켄 크리스토퍼’가 출연한다고 홍보하지만 ‘켄 크리스토퍼’는 미국의 유명배우가 아닌 주한미국 출신으로 처음 연기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발생했었다.
  • 10. 육식동물 김기영, 1984
    출판사 사장 동식은 부인의 부동산 사업이 성장함과 동시에 자신의 사업이 쇠락해 가자 위축되고 아들에게까지 무시당하며 가장으로서의 위신을 잃고 만다. 방황을 거듭하던 그는 외상술만 마시게 되고, 외상술값을 받으려는 호스티스와 혼외정사를 갖게 된다. 호스티스는 그런 동식에게 자신과 함께 살아줄 것을 요구하고 우유부단한 동식은 그녀의 결혼 철학에 설득당해 결국 두 집 살림을 시작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본처는 현실적인 감각을 발휘해 12시간씩 정부와 남편을 나눠 쓰기로 합의한다. 동식의 아이를 갖고자 정부는 갖은 노력을 다하고 그런 모습을 눈치 챈 본처는 조치를 취한다.
    <육식동물>은 김기영 감독 자신의 작품 <충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육식동물>은 김기영 감독의 고려했을 때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이는 변태성과 그로테스크함의 수위는 높다. 대표적으로 우유부단한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김성겸 배우가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덩치도 훨씬 작은 노경신 배우의 품에서 젖병을 물고 있는 장면은 단연압권이다. <육식동물>을 관람한 후 KMDb에서 제공하는 <충녀>를 보며 한 시네아스트가 12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변화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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