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카메라 뒤에 서다(계속)

2018-03-01 ~ 계속
배우, 카메라 뒤에 서다(계속)

감독과 배우의 관계는 그 무엇보다도 긴밀하다. 감독은 배우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그리고, 배우는 그러한 감독의 분신이 되어 감독이 구상한 세계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창조한다. 그러하기에 감독의 분신을 일컫는 ‘페르소나’라는 언어에는 감독과 배우를 매개하는 독특한 성격이 자리한다. 그런데 여기, 누군가의 페르소나에서 출발해 스스로 감독이 되기를 자처한 이들이 있다. 

극단에서 활동하다가 신상옥 감독의 <코리아>(1954)에 출연한 후 본격적으로 신상옥 감독과 신필름 영화의 전문 배우로 활동하며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당대 최고 스타 최은희는 1965년 <민며느리>를 통해 박남옥, 홍은원 감독을 잇는 한국영화 사상 세 번째 여성감독으로 데뷔했다.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배우로 <현상붙은 사나이>(김묵, 1961), <다이얼 112를 돌려라>(이만희, 1962), <나그네 검객 황금 108관>(정창화, 1968) 등에서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마스크와 액션 연기로 독보적인 인상을 남겼던 박노식은 1971년, <인간 사표를 써라>에서 직접 메가폰을 잡으며 감독으로 데뷔하였고, <쟉크를 채워라>(1972),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1976)을 포함해 총 14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1954년 <탁류>(이만홍)로 데뷔하여 1960년대 최고의 주가를 달렸던 배우 최무룡 역시 <피어린 구월산>(1965)로 감독 데뷔한 후 <나운규 일생>(1966), <서울은 만원이다>(1967) 등의 작품을 연출했으며, 1964년 아카데미 극장에서 개봉한 <맨발의 청춘>(김기덕)으로 청춘영화의 붐을 일으키며 196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군림한 배우 신성일 역시 <연애교실>(1971), <어느 사랑의 이야기>(1971) 등 총 4편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였다. 

1950년대와 60년대를 대표했던 배우들-최은희, 박노식, 최무룡, 신성일.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일상이었던 이들이 카메라 뒤에 서서 스스로 창조한 그들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자.


상영작품
  • 01. 민며느리 최은희, 1965
    모진 시집살이를 이겨내는 효부를 다룬 전형적인 신파 멜로드라마이지만, 당대 최고 코미디 콤피 김희갑과 서영춘의 코믹 연기로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다. 이 영화로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최은희는 제5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영화는 제10회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영화배우 최은희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 02. 공주님의 짝사랑 최은희, 1967
    왕실의 여섯 공주 중 막내딸인 말괄량이 숙경공주는 어머니인 인선대비의 생신 축하연에서 성균관 생도 김선도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정략결혼을 원치 않는 숙경공주는 김선도를 찾기 위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궁 밖의 세상에 뛰어든다. 최은희의 두 번째 연출작품으로, 개봉 당시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윌리엄 와일러, 1953)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03. 인간사표를 써라 박노식, 1971
    일제 강점기, 철호와 정수는 북만주 탄광에서 의형제를 맺는다. 그러나 금괴를 훔쳤다는 누명으로 정수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철호는 그 원한을 갚기 위해 훔친 금괴로 부를 축적한 달규 주변을 맴돌며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 액션 연기로 정평이 나 있던 배우 박노식의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 초반, 과거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신경쇄약에 시달리는 달규(허장강)의 시점쇼트 그리고 현재와 과거로의 장면 전환 연출이 돋보인다.
  • 04. 쟉크를 채워라 박노식, 1972
    한국전쟁 후 남과 북으로 헤어진 가족의 비극이 액션 스릴러 장르를 통해 그려진다. 중국 간첩인 중국계 대인 일당의 이간질로 어릴 적 잃어버린 형제를 곁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결투를 해야 하는 슬픈 운명의 두 형제를 다루었다. 영화의 마지막, 진흙 결투 신이 돋보이며, 박노식의 아들 박준규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영화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new
  • 05.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 박노식, 1976
    1945년, 일본군 패잔병들은 북만주 사금 채취장 한국인 마을을 습격하고 홍근과 철호로부터 사금 은닉처를 알아낸 뒤 그들을 죽인다. 철호의 딸 예지는 성인이 된 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그 일당이었던 하야시를 독살한다. 한편 그때의 일로 장님이 된 홍근의 아들 동혁 역시 복수를 위해 하야시 일당을 찾아 나서고, 예지를 만나 함께 복수를 결심한다. 그간의 액션 장르는 남성의 전유물로 그려져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박노식이 맡은 동혁의 액션만큼이나 안보영이 맡은 예지 캐릭터가 빛을 발한다.
     
  • 06. 피어린 구월산 최무룡, 1965
    1953년, 북한 구월산에 잠입한 구월산 부대의 활약과 위기를 그리는 한편, 주인공 신영균과 김지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가미해 당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였다. 동아방송(DBS) 연속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최무룡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 07. 어느 사랑의 이야기 신성일, 1971
    교내 방송실에서 일하며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혜옥과 부잣집 아들이자 수구 선수인 무조의 절절한 사랑을 다룬 작품.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조는 혜옥과 가정을 꾸리지만, 백혈병에 걸린 혜옥의 죽음만은 피할 길이 없다. 배우 신성일의 두 번째 연출작품으로,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신영일은 신성일의 감독 데뷔작인 <연애교실>(1971)을 통해 발탁되어 신성일의 지도 하에 영화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new

초기화면 설정

초기화면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