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의시네마테크]인디다큐 시간여행 - <요세미티와 나>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김지현, 2011

by.채희숙(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2016-09-06조회 3,796

‘인디다큐 시간여행’은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기획하는 정기상영회로, 이번 ‘다큐와 픽션 사이를 횡단하는 7가지 방법’ 기획전은 일주일에 걸쳐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큐와 극을 나누어 사고하는 역사가 유구하지만 이번에 소개될 감독들은 장르나 종류가 중요할 소냐 자유롭고 또 자율적이다. 자유란 ‘~로부터의 자유’로, 그것은 나를 억압하는 어떤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스스로를 짓누르는 짐 중 과거만 한 무게가 또 있겠나?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과거로부터 자유를 획득하고 자신의 길에 당당해지는 방법을 찾아낸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요세미티와 나>에서 요세미티가 과연 무엇이냐. 재밌게도 감독의 독립영화 인생과 희로애락을 같이한 맥 G3 컴퓨터다. 애플 하면 보통 트랜드 세터 이미지지만 영화 속 요세미티는 상구식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담고 있는 사물을 가지고 있을 거다. 영화에서 요세미티는 8년 차 생일파티를 치르는데, 그 시간은 감독이 영화와 함께 보낸 세월이기도 하다. 요세미티는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마지막까지 감독의 영화작업을 지켜준다. 감독이 헤매고 막힐 때마다 보루가 되고 작업의 완성을 담보하며. 이 작품은 그런 요세미티에 대한 애도인 한편 독립영화 감독으로 살아온 감독의 역사에 대한 애정이다. 느리고 볼품없고 걸리적거리고 애태우지만 자기를 자기답게 지탱해주는 감독의 독립영화사. 요세미티는 그 역사와 매우 닮았고 또 그 세월의 동료였다. 우리들도 세상의 속도나 리듬과 어긋나더라도 자신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영역들을 가지고 있다. 징글징글하게 오랜 관계,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지만 자꾸만 끌리는 취미나 일거리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런 고유한 역사를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다. 빈티지 골동품 요세미티는 ‘자기’ 시간의 가치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이는 단지 자기 위안이 아니다. 요세미티의 생애는 이 세상이 부과하는 지나치게 빠르고 소모적인 시간의 속도에 대해 질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시간이 느리고 버퍼링 걸리는 문제가 아닌 거다!
 
인디다큐 시간여행 - <요세미티와 나>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는 두 방향에서 ‘말하기’가 주는 해방감을 전한다. 우선 성폭력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편견 어린 사회적 시선에 의해 정당한 권리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는 소중한 출구가 된다. 이 ‘말하기’는 말하는 주체를 존중하기에 자유롭다. 한편 영화의 ‘말하기’는 과거에 대한 스스로의 권리 및 결정권을 주장하기에 자율적이다. 그것은 여성이라는 존재를 묵살하는 폭력적 사회의 귀를 후벼 파고 들어간다. 이처럼 커뮤니티 뒤풀이, 함께 나서는 활동, 성교육 강의 등등 부당한 현실로부터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말하기’의 차원들이 영화를 채우고 있고, 당당한 만큼 영화는 기쁘고 힘차다.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 앞에서 숨죽이지 않고 자기 말을 하는 존재가 되는 일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러므로 이러한 우리 사회의 ‘말하기’들은 독백도 아니고 피해자 증언도 아니다. 결국 여기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소외의 대상으로 만드는 사회를 거부하는 저항이다. 그리고 그 ‘말하기’는 생존에서 출발해 버라이어티한 욕망에 대한 권리까지 닿는 존재의 주장이다. 나아가 그녀들의 말하기는 지금 우리 사회의 말을 둘러싼 문제를 대하는 중요한 지침을 주기도 한다. TV를 돌리고 있자면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무수한 말들이 서로 경쟁하며, 온갖 미디어와 일상에 혐오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 질색인 말들에 대항하여 이 영화가 전하는 ‘말하기’는 값지고 통쾌한 발차기가 된다. 미디어가 다양성(variety)을 억누르는 말을 전파하는 반면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버라이어티(를 위한) 토크이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문제 삼고, 한편으로는 시간 앞에서 굳건하다.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나를 옭아매고 억압한다면 그에 굴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삶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위의 영화들이 보여준 것처럼 사랑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독립영화는 사랑과 용기의 힘으로 나아가는 기쁜 활동이다. 유독 힘들었던 여름을 보내고 맞이하는 가을 하늘처럼 가슴 뚫리는 영상들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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