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대화의 가능성 얀 슈반끄마에르, 1983

by.전승일(애니메이션 감독) 2015-01-07조회 7,782
대화의 가능성

주방기구, 각종 채소, 각종 문구류, 진흙으로 꼴라주 된 얼굴들이 서로 토해내고 삼키는 행위를 반복한다. 진흙으로 빚어진 남녀 사이에서 한 덩어리가 태어나고 남녀는 서로 할퀴고 파괴하면서 무너진다.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 서로 나이프, 구두, 연필깎이 등을 뱉어내면서 격렬하게 충돌한다

<대화의 가능성 Dimensions of Dialogue>은 체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애니메이션 작가 얀 슈반크마이에르(Jan Svankmajer)의 1982년 작품으로, 3개의 에피소드(1부: 영원의 대화, 2부: 정열의 대화, 3부: 불모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각종 오브제의 기이한 변형과 조합을 통해 부조리한 상황, 인간 소외와 관계의 상실, 그리고 기계화되고 관료화된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베를린, 안시, 멜버른 영화제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1934년 프라하에서 태어난 얀 슈반크마이에르는 조각, 무대디자인, 인형제작, 회화, 꼴라주 등 다양한 조형예술 분야를 공부하였으며, 1964년 그의 첫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 <마지막 속임수 The Last Trick>를 제작하면서 그만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30여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과, 장편 영화 <앨리스 Alice> <파우스트 Faust> <쾌락의 공범자들 Conspirators of Pleasure> <오테사넥 Little Otik> 등을 제작하였다.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애니메이션은 체코 초현실주의 예술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데, 체코 초현실주의 예술은 1968년 소련에 의한 체코 침공과 ‘프라하의 봄’이라고 불리는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모순되고 억압적인 사회에 비판적이고 전복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특히 1972년 제작한 <레오나르도의 일기 Leonardo’s Diary>에 대한 국가 검열로 인해 얀 슈반크마이에르는 79년까지 7년 동안 영화제작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대화의 가능성>은 그가 영화제작을 금지당한 기간 동안 시도한 예술적 모험과 실험이 집중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세페 아르침볼도
주세페 아르침볼도

특히 <대화의 가능성> 중 ‘1부: 영원의 대화’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선구자라고 평가되고 있는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Arcimboldo)의 회화와 연관성이 깊다. 아르침볼도는 과일, 야채, 물고기, 각종 사물 등을 조합하고 꼴라주하여 얼굴 그림을 그렸는데, 이로부터 영향 받은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오브제 꼴라쥬 기법은 그의 애니메이션뿐 만이 아니라 그가 작업해낸 다양한 그림, 조각, 공예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미술 세계는 그가 직접 저술하고, 일본어판으로 출간된 책 「슈반크마이에르의 세계」와 「슈반크마이에르의 박물관」에 다양하고 방대하게 기술되어 있다. 
 
「슈반크마이에르의 세계」, 「슈반크마이에르의 박물관」
「슈반크마이에르의 세계」, 「슈반크마이에르의 박물관」

그리고 초현실주의와 그로테스크 미학의 거장,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 The Collected Shorts of Jan Svankmajer, Vol. 1 & 2 >, < Collected Shorts of Jan Svankmajer >, < Jan Svankmajer Complete Short Films > 등의 DVD 타이틀로 만날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그의 장편 <앨리스 Alice>가 출시되어 있다.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애니메이션 <대화의 가능성 Dimensions of Dialogue>는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vimeo.com/17034946

http://vimeo.com/1207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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