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나는 왜 단편영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나?

by.박병운(유에포 운영자) 2011-01-20조회 3,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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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시작은 2006년 말로 기억한다. 온라인 동영상 토탈 솔루션 기술력과과 제품을 가지고 있던 필자가 다니던 회사는 기술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이 불안하다고 느꼈는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동영상 포탈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래서 몇 년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해보고 싶었던 온라인 단편영화 상영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서비스 하자고 회사에 제안하였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크고 작은 이유로 인해서 회사는 더 이상 컨텐츠 서비스를 지원 하지 못하게 되었고, 필자에게는 돈 되는 일에 집중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단편영화 서비스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무엇보다 평생 한번 해보고 싶었던 서비스였기 때문에 유에포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게 되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비록 필자는 영화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에서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온갖 다양한 영화제에 참석하고 영화보기를 즐겨했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바삭 바삭한 영화를 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자 매력이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터 영화제 참석이 쉽지 않았다. 학생때 보다 돈은 좀 더 풍족해 졌지만 며칠씩 영화제와 휴가를 맞추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온라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필자는 영상 인코딩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서 충분히 그런 서비스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과거에도 그런 서비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단편영화를 온라인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는 있었고 또 사라져간 서비스도 꽤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방송국 붐이 일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또 그 거품이 꺼지면서 사라진 현상들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 왜 다시 나는 온라인에서 단편영화를 상영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 서비스로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는 주위의 조언과 만류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먼저 2000년대 초반과는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때와는 네트워크 속도가 다르다는 것. 1Mbps 속도의 영상 서비스는 부담없이 상영 할 수 있다면 현재 VHS보다는 훨씬 좋고 DVD정도와 맞먹을 정도의 화질이라면 경쟁력이 있다라는 가정. 초기 64kbps 혹은 300kbps로 서비스 할때와는 그 퀄리티가 다르다는것. 그 퀄리티의 차이는 곧 전혀 다른 서비스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이유는 미디어 환경이 바뀔 것이라는 것에 배팅했다. 즉, DMB, IPTV, 디지털케이블, 모바일 서비스 등과 같은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동영상 컨텐츠의 소비 패턴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 현재 TV나 극장에서 가족 혹은 여러명이 같이 영상 컨텐츠를 소비했다면 근시일내에는 모바일과 웹을 통한 영상의 개인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 그리고 VOD서비스의 증가로 30분 혹은 1시간 이라는 방송 편성의 시간에 컨텐츠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편성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의미.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가 획일적으로 보여주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좀 더 다양한 찾아서 소비할 것이라는 것에 배팅을 걸었다. 무엇보다 모바일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그에 적합한 영상 컨텐츠는 바로 짧은 단편영상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이 이렇게 변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가지 불안한 요소는, 과연 언제 이런 변화가 대중 속 깊숙히 자리 잡을것인가 하는 것이다. 처음 IT에 발을 들여놓을때부터 들은 이야기는 곧 모바일 세상이 온다는 것. 하지만 10년이 지난 이제서야 모바일 세상이 오기는 오나보다 하고 느끼고 있는 것 처럼, 역시나 현재 영화 시장을 보더라도 상위 3개의 영화가 70%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데. 배팅을 걸었던 다양성의 사회는 아직 요원하다는 같은 생각이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때 유에포의 목표는 소통과 주목이었다. 관객과 단편영화와의 소통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활성화 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겠지만. 주목에 대해서는 좀 더 노력할 부분이 많이 있고. 그래서 소통과 주목이 어느 정도 달성 된 후 유에포 서비스의 궁극의 목표는 단편영화 시장을 만들고 활성화 하는 것이다.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단편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야 하는데 유료 서비스로서는 그 답을 찾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단편영화, 독립영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드는 인식이 어렵고 재미없고 끝까지 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영화라는 생각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잡고있다. 오프라인 상영회를 몇 차례 했었는데 후배의 요청으로 그 상영회에 참석한 어떤 관객은 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단편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냐고? 단편영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것이 유에포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단편영화를 무료로 상영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단편영화, 독립영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판단 될 때 까지는 무료 서비스를 통해서 단편영화를 접하고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지 시장도 없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봤을때 필자 또한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좋은 싫든 자본주의 사회이고 그래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면, 단편영화를 만들어서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다음 작품 제작할 수 있는 비용에 충당할 수 있을것 아니겠나. 이건 나의 꿈이고 이것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것이 나의 목표. 비록 내가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가는 방향이 맞고 그 방향을 앞당기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였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 수 있겠다. 비록 현재는 힘들고 당장 다음달에도 서비스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에서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유에포를 위해서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필자에게 있어서 그들이 진정 유에포의 엔젤 투자자이다. 만약 유에포가 뻗어나가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면 그것은 온전히 필자의 능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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