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결국 영화다 우민호 감독과 허남웅 평론가가 말하는 <내부자들>

by.허남웅(영화평론가) 2016-04-06조회 1,735
이번 「영화천국」이 주목하는 영화는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다. 개성 강한 개인들의 욕망이 격돌하고 드라마틱한 반전이 숨 가쁘게 교차하는 이 영화는 불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우리 사회에 아직은 ‘달달한’ 정의가 남아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관객 수 900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감독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이 개봉했고, 이 또한 19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기본판과 감독판을 합해 ‘19금 영화’ 최초로 천만 클럽에 당당히 입성했다. 2015년 말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내부자들>에 투영된 사회와 영화적 발견에 대해 우민호 감독과 허남웅 평론가가 이야기를 나눴다.

※ <내부자들> 및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남웅(이하 ‘ 허 ’) :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하 <디 오리지널>)>이 오늘(1월 22일)로 관객 190만 명을 넘었다. <내부자들>은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렇게 많은 관객이 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권력층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관객들은 이 영화로 말미암아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하다.
우민호(이하 ‘ 우 ’): 권력층의 비리나 치부를 드러내는 영화는 이전에도 많이 나왔다. <추적자> 같은 드라마도 있었고. 뉴스만 봐도 늘 나오는 이야기지 않나. 단순한 사회 고발성 영화였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관객이 봤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주연배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힘이 컸다고 본다. 모두 누아르 장르에 잘 어울리는 배우들인데, 그래서인지 범죄영화로 보신 관객이 꽤 많더라. 윤태호작가의 원작은 한 깡패의 복수같이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 정치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그런 사회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 누아르물로 만들고 싶었다. 욕망이 가득한 개인들의 치열한 경쟁이랄까. 관객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욕망을 자신에게 투영시켜보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누구는 안상구(이병헌)에게, 누구는 우장훈(조승우)에게, 누구는 이강희(백윤식)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서 보는 재미 말이다.

: <디 오리지널>을 개봉하는 것은 감독의 의도였나.
: 배급사(쇼박스)가 제안했다. 사실 <내부자들> 개봉 이후 많은 부분이 편집되어 나도 그렇고 배우들도 아쉬워했다. 그래서 블루레이로 출시하면서 디렉터스컷을 충실히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감사하게도 쇼박스가 먼저 제안해줘서 한을 풀었다.  (허: <내부자들>에 비해 러닝타임이 50분 길어졌는데, 그럼에도 <디 오리지널>에 담지 못한 아쉬운 부분이 있나?) 신체가 절단되는 부분을 공들여 촬영했는데 <디 오리지널>에서도 편집되었다. 그 장면이 포함되었다면 제한상영가가 나왔을 것이다.(일동 웃음)

: <내부자들>에 빠진, 안상구가 언론과 인터뷰하는 <디 오리지널>의 첫 신을 보면 안상구는 영화광이다. <내부자들>은 결국 한 개인이 권력을 상대로 반전을 설계하는 내용인데, 그래서 안상구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얻는다.
: <디 오리지널>에서 가장 좋아하는 신이 첫 신과 마지막 신이다. 두 신은 합쳐서 8분가량 되는데, 일란성 쌍둥이같은 장면이다. 카메라 워킹과 조명, 등장하는 장면도 비슷하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러닝타임을 맞추면서 두 신 모두 들어냈다. 마지막까지 살리고 싶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이것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까지 걸렸다.(웃음) 사실 상업영화에서 8분이면 긴 분량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앞선 두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자들>은 철저히 상업적으로 가야 했다. 정말 다행인것은 <내부자들>이 큰 사랑을 받아서 <디 오리지널>로 이 두 신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웃음) 이 두 신은 이병헌, 백윤식도 좋아하는 신이다. 백윤식 배우도 마지막 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본편에서 편집되었으니 얼마나 섭섭하셨겠나.

: 안상구가 영화광이라는 설정은 각색까지 담당했던 감독이 영화광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독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영화를 <내부자들>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예컨대, 안상구의 헤어스타일은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를 떠올리게 한다.
: 맞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을 숨기지 않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좋아해서 안상구의 올백 헤어스타일은 <케이프 피어>(1992)에서 착안했다. 배우가 연기할 때 인물의 성격과 대사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눈에 보이는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인지 이병헌도 처음엔 당혹스러워하더라. “아니 이렇게 까지?” 하면서.(웃음) 하지만 (손목이 잘린 후) 나이트클럽 조끼를 입고 올백의 헤어스타일을 한 후 이병헌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기화했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김지운,2005)에서도 건달을 맡았었는데 굉장히 진지하게 연기했다. 그것이 서정적인 누아르물에 잘 맞았지만, 나는 <내부자들>의 안상구는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 등장하는 건달의 모습이길 바랐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 나오는 건달들은 항상 턱을 들고 말한다. 상대를 깔보고 무시하듯이. 이병헌은 워낙 얼굴 각이 좋아서 그게 잘 어울렸다.(웃음) 본인도 그런 모습에 만족한 것 같다.

: 첫 작품 <파괴된 사나이>(2010)를 보면 감독님이 상당한 영화광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기차 신을 보면서 <천국과 지옥>(구로사와 아키라, 1963)이 떠오르고. (: 맞다.) 그런 감독의 취향이나 영화적 방법론을 한국적으로 변형했을 때 잘 맞아떨어진 것이 <내부자들>이 아닐까 한다.
: 솔직히 고백하면, 앞선 두 작품(<파괴된 사나이> <간첩>(2012))은 내가 봐도 후지다.(일동 웃음) 두 편 이후 영화를 만드는 태도가 달라졌다. 첫 작품은 신인이라 시나리오대로 찍는 데 급급했다. 막상 완성하니 시나리오만큼 나오지도 않았고. <간첩>은 2012년 추석에 개봉했는데,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처참히 깨졌다. 이병헌에게 한이 맺혀서 <내부자들>에 캐스팅했다. 망해도 같이 망하려고.(일동 웃음) 농담이고, 이병헌이라는 배우와는 꼭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내부자들>의 경우, 투자사와 제작사에서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 우선 배우 섭외가 잘됐다. 배우 캐스팅이 잘되면 감독에게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감독을 믿어준다는 뜻이니까. 충무로는 보통 감독에게 세번의 기회를 준다는 정설이 있다. 세 번째 작품마저 흥행에 실패하면 기회가 또 오지 않는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찍었고, 예산이 초과되더라도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찍고 싶은 것을 다 찍었다. <내부자들>은 국내 최고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참여했는데, 이런 분들과 영화를 만들어서 흥행하지 못한다면 정말 영화계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늘 ‘후지게 찍지 말자’고 강조했다.

: 두 작품의 실패가 아무래도 큰 상처로 남았을 것 같다.
: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원작에는 없는 우장훈 검사의 캐릭터를 만든 것도 그런 상처에서 비롯되었다. 우 검사에 나 자신을 투영했다고 할까. 영화에서 우검사를 움직이는 힘은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이다. 나 역시 이 작품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 검사에 애정을 많이 쏟았다. 조승우 씨가 영화 출연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왜 우장훈의 성이 ‘우’ 씨인지 아느냐. 나를 믿고같이 가자”고 설득했다.(웃음) ( 허 성은 감독의 성에서 가져왔고…. ‘장훈’은 어떻게 만들었나?) 장훈 감독의 장훈이다.(웃음) 장훈 감독과 친한데, 사석에서도 젠틀하고 멋진분이시다. 이름을 뭐로 할까 고민하던 중 ‘장훈’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힘이 느껴져서 결정했다. 장훈 감독에게 말한 적은 없고, 여기서 처음 밝히는 것이다.(일동 웃음)

: 영화광적인 면모도 그렇지만, <내부자들>에는 감독이 좋아하는 장르적 취향도 많이 들어간 듯하다.
: 스릴러 소설가 존 르 카레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얇은 소설인데 구성이 무척 치밀하다. 주인공이 초반에 겪는 상황이 마지막에 이어지는 수미쌍관식 엔딩을 <내부자들>에 대입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토마스 알프레드, 2011)도 존 르 카레의 소설이 원작인데, MI6 회의 장면의 아우라가 너무 멋있어서 조국일보 편집회의 신에 가져왔다. 과장과 비약을 통해 언론사의 편집회의가 마치 보안이 철저한 정보부의 회의처럼 음습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분량 때문에 본편에서는 빠져 그 신에 참여한 배우 분들 께 죄송스러웠는데, <디 오리지널>로 관객 분들께 보여드릴 기회가 있어 다행이었다.

: <내부자들>은 읽을 수 있는 지평이 무척 다양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측면을 흥미롭게 봤는데 웹툰 원작, 색상, 배우들의 대사다. 먼저 원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내부자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웹툰 원작의 힘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원작은 결론이 나지 않는데, 이것이 영화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궁금하다.
: 원작의 구성이 탄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그것이 누아르, 로드무비, 그 어떤 형식과 장르라고 해도 원작 자체가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럴싸하게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작의 결론이 없다는 것은, 연출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원작 웹툰이 만약 대형 포털에서 연재되었다면 <내부자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배우 캐스팅이 안 맞네, 왜 니가 감독을 하냐….(일동 웃음) 다행인 것은 웹툰이 찾기 어려운 곳에서 연재되었다는 것이다. 보라는 건지, 보지 말라는 건지.(일동 웃음) 윤태호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었고, 미완결이었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 색감 역시 흥미롭다. 개인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다보니 색감이 중요했을 것이다. 특히 이강희와 안상구가 다투는 신에서 건물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배우 얼굴에 번뜩거리는 장면은 <현기증>(알프레드 히치콕, 1958)이 연상됐다.
: 촬영감독 아이디어였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것이 사람들의 울렁이는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백윤식과 이병헌, 두 배우가 그런 강렬한 빛을 버텨줬기 때문에 과하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표현될 수 있었다. ( 허 안상구의 의상도 눈에 띈다.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건달에게서 정형화된 ‘깡패룩’(일동 웃음), 블랙이나 그레이톤의 양복이 아닌 무척 컬러풀한 옷들을 즐겨 입는다.) 조상경 의상감독에게 의상을 화려하게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조 감독은 자칫하면 의상이 튀어서 영화가 뜰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점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 게,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그 자체가 미장센이다. 무슨 옷을 입든 어떤 장소에 있든, 배우가 중심을 잡아주니 어색하거나 의상이 겉돌지 않을 수 있었다.

: <내부자들>은 등장인물의 대사가 잘 살아 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하자” “대중은 개돼지다” 등 주옥같은 명대사가 많다.(일동 웃음) 특별히 조사한 부분인가?
: 대부분 내가 직접 쓴 것들이다. 이 영화는 말로 죽이고 살리는 이른바 ‘구강액션’이기 때문에 대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물론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도 있고 각색한 것도 있다. 윤태호 작가의 대사는 함의가 있고 깊이가 있는데, 웹툰이라는 매체는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스크롤 올려서 보면 되지만 영화는 한번 지나가면 끝이다. 그래서 “대중은 개돼지다”라는 대사와 “울고 싶으면 울 거리를, 씹고 싶으면 씹을 거리를, 화내고 싶으면 화낼 거리를 던져주면 된다”라는 이강희의 대사 역시 쉽게 푼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는 가이드로만 참고하고 자유롭게 즉흥연기도 많이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오는 대로 하자고 말이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하자”는 대사와 안상구와 우장훈의 모텔 화장실 신 애드리브도 그렇게 나온 것이다.(웃음)

: 안상구가 이강희 손을 자르면서 “이제 글 쓰지 말고, 남은 손 똥 닦는 데나 쓰라”는 대사도 인상 깊었다.
: 돌이켜보니 영화에서 똥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일동 웃음) 하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느낀 것이 있다. 이병헌이 극 중 똥을 싸면 영화가 성공하는 것 같다.(일동 웃음) 관객 분들이 안상구와 우장훈의 모텔 신을 좋아하시는데, 그 신은 “후레쉬한 소주 사오라”는 대사까지만 시나리오에 있고 나머지는 전부 애드리브였다. 원래는 모텔방에서 얼굴만 약간 보이는 화장실이었는데, 이병헌이 기왕 하는 것 제대로 하자는 제안을 해서 급하게 전신이 반투명으로 보이는 모텔을 다시 섭외해 촬영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톱스타인데 자기를 철저히 내려놓는 모습, 어떻게 하면 관객의 반응이 좋을지를 아는, 정말 영리한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 즉흥연기라는 것은 배우 자신의 개인기는 물론이지만, 결국 상대방과의 ‘케미’가 중요한 것인데 그런 점에서 이병헌과 조승우의 호흡이 무척 좋았다. 사실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성격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내부자들>에서 비슷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 맞다. 영화를 기획할 때 우장훈과 안상구에게서 배다른 형제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둘 다 시골 출신이고,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 하고. 워낙 연기가 좋은 배우이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이해했을 뿐 아니라 연기에 대한 몰입도도 좋아서 조승우와 이병헌의 ‘케미’가 시나리오 이상으로 드러날 수 있었다. (: 안상구와 우장훈이 배다른 형제라면, 안상구와 이강희는 왠지 부자관계를 연상시킨다. 예컨대 사우나 신에서 이강희가 안상구에게 “전문대학은 나오라”는 조언을 한다. 이강희와 우장훈, 안상구가 일종의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우나 신의 경우, 안상구는 이강희를 믿고 따르는데, 이강희는 안상구를 철저히 자신의 ‘개’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강희의 흰 피부와 안상구의 구릿빛 피부를 대비시켰다. 이 장면 역시 <내부자들>에선 편집되었다. 이병헌의 경우 그 신을 위해 6시간 동안 문 신을 그렸는데…. 편집하면서 너무 미안했다.

: 인터뷰 초반에 언급한 백윤식의 편집 부분도 그렇고 여러모로 감독은 미안한 일이 참 많은 자리인 것 같다.
우: 감독의 운명인 것 같다.(웃음) 하지만 흥행이 잘되면 미안한 마음이 수그러든다. 배우와 감독 모두 작품으로 대중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결과가 좋으면 힘든 과정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보통 개봉 첫 주 관객수로 영화의 흥행 여부를 점칠 수 있다. 첫 상영을 하고 주말에 배우들과 함께 관객 인사를 하는데, 첫 주에 기대만큼 흥행이 되지 않으면 그 자리가 정말 불편하다. 처음 두 영화로 충분히 그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일동 웃음) 이후로 그런 자리는 다시 갖고 싶지 않았는데, <내부자들>은 첫 주에 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서 뿌듯했다. ‘관객 인사가 이렇게 화기애애한 것이구나’를 처음 느꼈다.(일동 웃음)

: 흥행의 비결 중 하나로 이 영화가 현실과 다르게 해피엔딩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내부자들> 마지막에 우장훈이 변호사 사무소를 차리고 간통을 한 고객과 전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뒷배경으로 한강너머 국회가 보이는데, 결국 우장훈이 권력의 ‘내부자’가 되지못한 것이다. 해피엔딩이라고 봐야 하나?
: 관객들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들은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그 순간만 정의로운 사람으로 각인되지 제대로 평가받고 성공하는 사람이 없다. 우장훈 역시 방법은 틀렸지만 결국 검사로서 신의를 지킨 것이다. 그렇게 권력의 치부를 드러내고 자의 반 타 의 반으로 조직을 나왔을 것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상해보자면, 우장훈도 장필우(이경영)처럼 정계 입문에 대한 러브콜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필우처럼 될까 봐 포기한 것이다.

: 민감한 내용을 다루면서 사회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나.
: 인터넷에서 관객의 반응을 많이 읽어보는 편이다. <간첩>의 경우 욕을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웃음) 그리고 정치적 이슈로 엮어서 생각하시는 분이 많았다. <내부자들>은 <간첩>보다 훨씬 예민한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데, 이상하게도 정치적인 해석은 거의 없더라. 오히려 작품 자체가 여성 관객들이 보시기에 불편한 장면이 많은데, 권력을 가진자들의 추악한 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 이례적으로 정치인들의 영화감상평이 화제가 되었다. 좋게 평가한 분도 계시고, 정치를 너무 어둡게만 그렸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분도 계시다.
: 어떤 반응이든 감사하다. 관객으로서 영화를 봐주셨지 않나. 그런 감상평이 결과적으로 홍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웃음) 영화는 결국 영화다. 그리고 과장이다. 영화는 우리 사회를 보는 볼록렌즈라는 말도 있는데, 각자가 가진 생각과 취향만큼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느낌은 모두 다를 수 있다. 사실 나도 언론사 논설위원이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권력과 결탁해 무시무시한 일을 꾸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지 않고 오히려 손을 잡았을 때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그렸을 뿐 이다. 한 일간지 칼럼에서는 ‘영화의 내용은 과장되어 있으니 다소 억울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대중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것이다’ ‘누군가가 나한테 당신이 언론인으로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 날 선 감시를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즉답을 피할 것이다’라고 하더라. 그 정도로만 영화를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가지고 놀기를 바랐다. 극장에서 나와서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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