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선]한국영화 베스트 10, <서편제>(임권택, 1993)

by.김시무(영화평론가) 2014-04-21조회 721
서편제 스틸

1993년에 개봉되어 그때까지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의 93번째 작품이다. 어느덧 임권택 감독의 스타일 가운데 하나로 굳어진 회상(flashback) 형식이 <서편제>를 관통하고 있는 주된 미학적 장치다.

<서편제>의 주요 등장인물은 퇴락한 명창 유봉(김명곤)과 그의 양녀 송화(오정해)와 양아들 동호(김규철)인데, 유봉은 판소리만을 최고로 여기며 어린 송화와 동호에게 소리를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남다른 인연으로 맺어진 세 식구가 전국을 유랑하는데, 판소리에 대해 회의하던 동호가 유봉의 독선에 반항해 가출하면서 위기가 초래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청년 동호가 누이 송화를 찾아 나선다. 결국 송화만이 체험하고 절감했던 한을 풀어가는 것이 <서편제>의 주된 내러티브가 된다. 여기서 감독은 득음(得音)의 경지를 위해 한(恨)마저 넘어서야 한다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요컨대 이 영화에서 감독이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따뜻한 인간애도 아니고, ‘예술을 위한 예술’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득음의 경지를 한의 승화와 등치시킴으로써 감독은 가슴 저미는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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