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동경한 영화 김성수 감독의 <비트>(1997)

by.문병곤(영화감독) 2013-10-22조회 773
비트

1983년생인 나는 최근에 1992년생 대학생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가 재학 시절 꿈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꿈이 없었다. 사고의 연쇄 작용이 일어나 도리어 내가 물었다. 혹시 <비트>란 영화를 아세요. 그는 모른다고 했다. 서글펐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어떻게 그 영화를 모를 수 있느냐며 놀랐다. 서글펐다, 우린.

그들을 동경했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과묵함을 지키던 민,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파멸하고 마는 태수, 겁 많은 동네 양아치 환규, 그리고 자유를 꿈꾸지만 결국 자기 틀에 갇혀 좌절하고 마는 로미까지. 뭘 해도 지루했던 스무 살 초반, 나에게는 스크린 속 그들의 삶이 더 현실처럼 느껴졌다. 영화가 끝나도 그들은 현실 세계 어디선가 계속 존재할 것 같았다.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이 난다. 그들이 우후죽순으로 달려드는 현실 속에서 지키려 했던 건 사랑이다. 민은 참고 기다리며, 태수는 싸우고 부수며, 환규는 지키고 구걸하며, 로미는 부정하고 파괴하며 사랑을 지키려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만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애초에 통과할 수 없는 소실점을 향해 전력질주한 것이 잘못일까. 모르겠다. 소실점을 발견한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이라고는 전력질주밖에 없었는지도.

<비트>가 개봉한 지 벌써 16년이나 지났다. 그 사이 이 영화만큼이나 청춘과 사랑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 있었을까. 앞으로 <비트>처럼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영화가 또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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