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아스트]제지와 참견 속에서 성장하다, <반달곰>과 <해운대 소녀>의 이정홍 감독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발견

by.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2013-03-11조회 3,029

<반달곰>(2012)이란 중편영화를 어느 감독의 추천으로 보았다. 원석이라는 26세 청년이 주인공인데 그는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남 참견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누나가 취직시켜준 치킨집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심지어 실수까지 하고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지금 우리 사회의 무기력한 청년 캐릭터를 창조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해운대 소녀>(2012)라는 짧은 단편을 보았다. 단 두 개의 쇼트로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선 해운대를 배경으로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대에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허망하게 드러낸 작품이었다.

일상적 인물들이 그려내는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

<반달곰>과 <해운대 소녀>. 두 편의 영화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커다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반달곰>은 캐릭터에 집중하는 영화이지만, 캐릭터를 넘어서 주인공이 처한 시대 상황을 반추하게 만든다. 왜 그 청년은 26살이 되도록 아무런 사회적 경험도 없이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까? 사회가 청년들에게 해준 것은 무엇이고,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 속 인물들은 계속 남에게 참견을 한다. 옷가게에서, 피시방에서, 미용실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없을 것처럼 서로에게 쉴 틈 없이 참견을 하는 모습. 그런 시대적 공기를 담아내는 카메라. 그 시대 안에서 호흡곤란을 겪지만 이제야 성장을 준비하는 청년을 본다. <해운대 소녀>는 해운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데, 여기서 해운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풍요로운 바닷가가 아닌,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선 콘크리트 위의 해운대다. 이곳에서 엄마와 아빠는 어린아이에게 너는 할 수 있다고 강요하며, 외국인 또래들에게 영어로 말을 걸게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부끄러운 참견. 영어로 대화하기. 그리고 짧은 만족과 행복. 참견에 의한 아이의 성장. 순간 공간은 황량해지고, 다소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이 공개된 듯하다. 부를 추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어떤 부끄러운 성장 과정을 본 듯하다. 이정홍 감독은 이렇게 단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상황과 공기를 담아내며 그 속에서 성장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물을 담아내지만, 인물에 매몰되지 않고 그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연출. 공간을 담아내면서 공간 이면에 숨겨져 있는 우리 시대의 풍경을 담아내려는 시도. 거기에 개입되는 무수한 제지와 참견. 그걸 견뎌내야 하는 청년 혹은 아이. 그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려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 이정홍 감독은 우리 주변의 상황과 사회적 공기를 인물들을 통해 반추할 수 있게 만드는 재능을 지녔다. 그러나 아직 이정홍 감독은 과묵한 학생에 불과하다. 그는 곧 졸업 영화를 찍을 것이며, 새로운 단편영화를 만들 것이다. 2012년이 그의 시작이었다면, 2013년 나는 그의 성장을 설렘 속에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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