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비>(조해원, 1965)

by.조해원(한국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 2011-01-10조회 945

‘빼어난 외모를 가진 여인이 있다. 많은 남성이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남자들은 하나씩 죽어간다. 우연히 그녀를 만난 젊은 변호사 역시 그녀에게 반하게 되지만 점점 그녀를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한국 스릴러물, 특히 고전의 경우 억지스러운 설정과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현실성 없는 인물묘사로 ‘어설프다’는 인식을 주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이만희 감독의 <마의 계단>(1964)을 시작으로 <추격자>(이만희, 1964), <악인시대>(정진우, 1966) 등 인간 심리를 심도 있게 다룬 스릴러물이 여러 편 제작된다. 조해원 감독의 1965년작 <불나비> 역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심리스릴러물이다. 이 영화는 무대연출을 꾸준히 공부한 조해원 감독과 대표적 표현주의 영화 <춘몽>(유현목, 1965)의 심재흥 촬영기사,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김기영, 1978)의 편집으로 유명한 김희수의 편집력이 어우러져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 사람은 여주인공 민화진 역의 김지미다. 영화 속 민화진의 행동(신영균에게 기습적인 키스를 한다든지 승마를 하는 모습 등)과 자기 욕망에 충실한 대사가 분명 어색할 수 있는 시기임에도 김지미의 연기는 자연스러운 동시에 서구적인 느낌과 동양적인 미를 잘 녹여낸 느낌을 준다. 이 영화를 통해 연기력뿐 아니라 미모 역시 전성기를 달리던 1965년 김지미를 만나보길 바란다.  

p.s  마음먹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상자료실에 오신 분들은 이 영화와 함께 <말타의 매>(존 휴스톤, 1941)를 보시길 권한다. 사립탐정 험브리 보거트와 변호사 신영균의 언행과 복장, 성격을 비교해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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