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고영남, 1978 영화속 명대사

by.정종화(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2010-03-11조회 2,183
소나기

석이 부 : 에이그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았대요.
석이 모 : 왜요?
석이 부 :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석이 모 : 무슨 말을요?
석이 부 :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입던 흰 윗도리하구
              붉은색 짧은 치마를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석이 모 : 아이구 참 요새 애들은 옛날 같지가 않은가 봐요.


며칠째 연이를 만날 수 없었던 석이는 초저녁 꿈에서 연이를 만난다. 서당골 연이네에 다녀온 아버지의 목소리에 석이는 언뜻 잠을 깨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윤영감집 손녀 연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제 더 이상 연이를 만날 수 없음을 깨달은 석이는 새벽녘에 홀로 개울 다리에 나와 앉아 서럽게 울음을 삼킨다. 첫사랑의 기억을 이처럼 가슴 시리게 표현한 장면이 또 있을까. 세상을 떠나는 연이의 마지막 말은 석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그때의 옷을 입혀달라는 거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석이는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뒤로 한 채 학교로 뛰어간다. “싫어, 난 이 옷 죽을 때까지 입을 거야.” 석이 역시 연이와의 추억이 묻은 옷을 갈아입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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