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찾는 소중한 아지트

by.한병아(영화감독) 2009-11-10조회 556
한병아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 보관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는 소중한 아지트가 바로 영상자료원이다. 희미했던 과거의 소중한 유산을 선명하게 복원하고 재조명하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위대한 작업도 이 아지트에서 실행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영상자료원에 감사한 일은 1967년 작인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의 발굴과 복원이다. 이 작업은 한국 애니메이션과 영화계에 후세에 남길 귀한 역사를 선물한 일이다. 이 즈음에서 영상자료원이 나와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디어를 고민하고 창조하는 미래를 담당할 젊은 세대들을 포함해 현재의 창작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지나치게 말초적인 자극과 깊이 없는 탐미에 열광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강한 스펙터클과 말초적 즐거움만 가득한 거대 영화관에 길든 결과일까. 진득한 역사의식과 과감한 현실 표현, 그리고 성실한 진정성이 담긴 진짜 작품들을 스스로 찾아보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영상자료원은 부지런한 창작자와 진정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한산한 아지트다. 개인적으론 접근성이 떨어지는 자료원의 위치가 항상 게으름의 핑계가 되어준다. 어쨌든, 너와 내가 자율적으로 드나들며 즐기면 내 영혼에 피와 살이 되어줄 영상자료원의 존재가 늘 감사하고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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