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맨의 즐거운 생활 다큐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 시네마테크KOFA 7월 다시보기, <우린 액션배우다> GV현장

by.권용혜(「영화천국」 편집부) 2009-09-16조회 2,289
우린 액션배우다 GV현장

2008년 단편영화계를 흔든 신나는 다큐 영화가 있었다. 다름 아닌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가 바로 그것. 이 영화가 이번에는 상암동의 영상자료원의 객석을 흔들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만난 정병길과 배우 곽진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린 액션배우다>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짜릿하고 다이내믹한 이 영화는 기존의 다큐라는 장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의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전의 스턴트맨을 대상으로 하는 다큐영화를 보면 그들의 ‘애환’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감동스러울지는 몰라도 우울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우린 액션배우다>는 달랐다. “실제 액션스쿨에서 함께 생활해보니까 다르더라고요. 다들 허무맹랑한 젊은 혈기로 뭉친 인생들인데, 그들이 30세 정도가 되면 직업이 바뀌곤 해요. 뭐 그런 이야기를 그린 스물아홉 살의 성장드라마를 찍고 싶었어요.” 정병길 감독은 이 작품을 기획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영화 밖에서도 너무나 유쾌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영화 속의 다섯 주인공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5명의 몫을 만회하려는 듯 주연배우 곽진석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객석의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정병길 감독에게서 영화 촬영을 도와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의 심정을 그는 “황당했죠.”라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액션 스쿨에 있을 때 가장 운동 못하는 형이었는데, 수료 작품을 발표할 때 왜 버텼는지 알았어요. 그래도 영화 찍을 때 별로 못 도와줬어요. 우리를 어둡게 그릴까봐 싫었거든요. 우린즐거운데. 그래서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를 보고 이것 반만큼만 해달라, 그럼 적극 돕겠다고 했지요. 그래서 극적 타결을 봤죠.”

다행히 곽진석 씨의 바람은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다. 정병길 감독은 <우린 액션배우다>를 찍을 때 1분 1초라도 지겹지 않게, 철저하게 관객 입장에서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무겁고 진지한 다큐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위트 있게 웃음을 계속 줘도 그 웃음이 뼈대 있는 웃음이라면 충분히 감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의 기획 의도대로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도, 또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면서도 재미있어 했다.

슬슬 발동이 걸린 이동진 씨가 배우들의 근황을 물었다. 다큐이니만큼 작품 속 주인공들의 삶이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먼저 자리를 함께한 곽진석 씨의 근황을 들어봤다. “당당하게 놀고 있어요. 생산적으로 놀고 싶어서 그러고 있죠. 엊그제 단편을 찍었어요. 요즘은 출연과 연출을 같이 하고 있는데 제가 찍으면서 제가 계속 주인공을 할 겁니다. 모두가 주인공과 연출을 같이 하면 후회할 거라고 말하는데, 저는 인디언들이 비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이 될 때까지 해볼 겁니다.” 단편 이상은 책임질 수 없어서 단편만 찍을 거라고 말하며 배우로 먹고살고 싶다는 배우 박지석은 솔직함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영화에 출연한 다른 배우들의 근황도 곽진석 씨만큼이나 독특했다. 정 감독에 따르면 권문철은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데, 요즘 여러 소속사에서 탐을 내는지 방송에 가끔 얼굴을 비추고 있다고 한다. 또 신성일은 연극을 하면서 바(Bar)도 운영하며 지낸단다. 그리고 문신이 인상적인 전세진 씨는 가을에 일본으로 넘어가 춤 선생을 할 꿈을 안고 현재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마지막까지 남아 스턴트의 길을 걷고 있는 권귀덕은 최근에 개봉한 <차우>에서 열연을 펼쳤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식인 멧돼지로 말이다. 모든 출연 배우가 어쩜 이렇게도 독특한 삶을 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슬슬 7월 GV극장이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겼다. 여느 때보다 관객과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가운데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이는 것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병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머릿속에서 영상을 몇 번이나 돌리는 습관이 있다며, 이런 훈련 덕에 ‘관객이 이 때 이것을 보면 좋아할까, 재미있을까’를 항상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스턴트가 젊음의 에너지를 대방출할 수 있는 일이라서 좋다는, 한량을 꿈꾸는 배우 곽진석과 <인디아나존스>와 <쥬라기 공원>을 보며 영화를 꿈꾸기 시작했고 잘된 액션블록버스터를 만들고 싶다는 정병길 감독의 다음 행보에 응원을 보내며,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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