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단한 인간관계 속에 망가지는 로드무비: <낮술> GV 현장 시네마테크KOFA 5월 독립영화 아카이브

by.민병현(한국영상자료원 경영기획부) 2009-07-09조회 1,525
낮술 GV

<워낭소리>(이충렬, 2008)는 2009년 1월 개봉해 누적관객수 290만 명(3월 말 기준)을 동원, 독립영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워낭소리>와 함께 <똥파리>(양익준, 2009) 역시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 상반기 한국영화계는 그야말로 독립영화들의 잔치였다. 일종의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된 독립영화의 선전 속에서 또 한 편의 독립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바로 <낮술>이다. 지난 2월 개봉한 노영석 감독의 <낮술>은 1,000만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로 2만 5000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보통 독립영화의 흥행수치를 관객 1만 명으로 두고 볼 때 실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시네마테크KOFA ‘독립영화 아카이브’에서는 이렇듯 성공신화를 이룬 <낮술>을 상영했다. 상영 후에는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진행으로 노영석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조영각(이하 조)  1,000만원이라는 소액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나?

노영석(이하 노)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독립영화 제작지원을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시나리오를 제출했는데 번번이 떨어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우울증도 왔고(웃음) 마지막 면접에서 100만원이라도 지원해달라고 했는데, 잔인하게 떨어뜨리더라(웃음). 그래서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 시나리오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

 정선의 한 팬션에 놀러 갔을 당시의 기억이 좋아 시작됐다. 혼자 여행 갔을 때 옆방에 예쁜 여자가 놀러 오면 어떤 행동을 할까? 그리고 그 여자가 혼자고, 나에게 술을 사달라고 말하면 기분이 어떨까? 혼자 이런 상상을 하며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다.

조 독립영화계도 요즘 전문화되어 전문 촬영 인력이 있다. 그럼에도 <낮술>을 직접 촬영한 계기는?

 예산이 없어 전문 촬영 스태프를 고용할 수 없었다. 설사 촬영 스태프가 있었더라도 의견 충돌이라도 일어날 경우 시간과 예산을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요즘 카메라는 자동으로 focus를 맞춰주는데, 필름으로 찍은 느낌을 주려고 편법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서울독립영화제와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할 기회가 생겨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조 음악도 직접 만들었다.

노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서른 살까지 음악으로 돈을 벌어 영화를 찍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앨범을 내려 했는데 좌절되었고, 실력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힘들었다.(웃음) 결국 스물여덟 살에 음악을 포기하고 영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도 잘 안되더라(웃음). <낮술>의 첫 시퀀스, 술집에서 흐르는 음악은 내가 예전에 만든 음악이다.

조 영화 내내 술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촬영 현장에서 술을 얼마나 마셨나?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이 모두 촬영하며 술을 많이 마셨다. 감독으로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입장이 못 돼 여행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을 하자고 제안했다. 노는 기분으로 술을 많이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고, 촬영 중에도 술과 담배를 자율적으로 허용해 배우가 최대한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줬다.

조 해외영화제(제61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는데,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반응이 좋았다. 웃음을 유도한 부분에서는 다 웃더라. 세계 어느 나라나 술을 마시고, 그들만의 술문화가 있다. 젊은 남녀관계에 대한 감정 역시 어느 나라나 동일해 관객이 잘 이해해준 것 같다.

조 촬영 콘셉트는 거의 대부분 고정인 동시에 롱테이크다. 카메라 한 대로 찍은 것인가?

 한 대로 찍었다. 그래서 어색한 부분도 많다. 실은 사운드 녹음이 예상과 달라 사용할 수 있는 컷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고정으로 찍은 이유는 스피디한 느낌보다 여행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술자리에서 롱테이크가 많았던 것은 술을 함께 마시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조 1,000만원을 어디서 지원받았나?

 크레딧에 나오는 ‘투자 문혜숙’은 바로 어머니다.(좌중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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