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비리아의 밤(Le Notti Di Cabiria)

영화 해제

현재통용제명: 카비리아의 밤 
수입개봉명: 카비리아의 밤
원제: Le Notti Di Cabiria
제작년도: 1957
제작사: 디노 드 로렌티스 시네마토그라피카(Dino de Laurentiis Cinematografica), 레 필름 마르소(Les Films Marceau)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출연진: 줄리에타 마시나(Giulietta Masina), 프랑소와 페리에(François Périer), 프랑카 마르찌(Franca Marzi)  
수입사: 명성영화사
개봉극장: 명보극장
개봉일: 1958.04.19.

전단지 구성 및 특이사항: 이태리 영화 <카비리아의 밤>은 “진실한 사랑과 행복을 희구하는 카비리아의 비통(悲痛)한 영혼의 절규!”, “온 세계 여성의 눈물을 자아낸 무한한 비애와 감동의 명편!”이라는 수사와 함께 페데리코 펠리니와 줄리에타 마시나 콤비의 걸작으로 소개된다. <길>의 ‘젤소미나’이자 펠리니의 아내인 줄리에타 마시나는 이 영화를 통해 1957년도 칸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연기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은 1955년에 완성되었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검열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프로듀서들이 제작을 거부해 오랫동안 이태리와 프랑스의 제작자들의 손에서 난항을 거듭했다는 사실도 상세하게 서술된다. 결국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인물은 <길>의 제작자이기도 한 디노 데 라우렌티스였다. 전단은 “상징의 영상시인(映像時人) <길>의 명장(名匠)”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그리고 줄리에타 마시나를 비롯한 배우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펠리니가 이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카비리아’가 줄리에타 마시나를 위한 인물이라고 밝힌 점도 흥미롭다. 한편, 전단의 한편에는 외국영화저널에서 영화평론가들이 투표한 1957년도 작품 및 ‘최고여우 베스트텐’의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외국영화 중 2위가 <카비리아의 밤>, 그리고 여배우 중 1위가 줄리에타 마시나이다. 전단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로, 이태리영화의 약진과 새로운 이태리영화의 매력을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줄거리: 카비리아(줄리에타 마시나)는 비록 현재의 현실은 비참하지만 언젠가는 진실한 사랑과 행복의 날이 찾아오리라고 믿는다. 연인인 줄 알았던 청년은 그녀를 강에 빠뜨리고 가방을 빼앗아 자취를 감추고, 우연히 만나 친절을 베푼 영화배우는 연인이 나타나자 그녀의 존재를 무시한다. 실망과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친구에게 이끌려 성당에 간 카비리아는 난생 처음 삶을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며칠 후 한 남자를 만나는데, 오스카르라는 그 청년은 카브리아를 신사적으로 대하고 그녀에게 청혼하기까지 한다. 카비리아는 이것이야말로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그를 따라 나선다. 그러나 오스카르도 그녀의 돈을 빼앗고자 연기했을 뿐임을 알고, 카비리아는 제발 자신을 벼랑에서 밀어 죽여달라고 절규한다. 오스카르가 도망친 후, 숲을 지나 거리로 나선 카비리아는 명랑한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소년소녀들에게 둘러싸인다. 눈물에 젖은 카비리아의 얼굴에 어느덧 밝은 희망의 미소가 떠오른다. 

NOTE: 영화 <길(La Strada, 1954)>과 <카비리아의 밤>이 소개된 1950년대 후반의 한국에서 페데리코 펠리니는 네오리얼리즘 이후의 이태리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었다. 진실한 사랑과 행복을 희구하는 창녀의 이야기인 <카비리아의 밤>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아카데미상 최우수외국어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감독 펠리니의 명성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 한국에서도 펠리니의 영화는 ‘예술영화’라는 틀로서 설명되었다. <카비리아의 밤>이 비록 창녀를 주인공으로 했다고 해도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영화가 아니라 예술로 승화된 인간 보편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개봉 전 경향신문 광고(1958.4.15.)에서 인용된 각계 명사들의 시사회 후기에서도 확인된다. 작가 정비석은 “여주인공 카비리아라는 여성은 창부(娼婦)라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일반사회의 어느 여성보다도 고도의 순결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전형이었다. 참으로 카비리아는 만인의 가슴속에 아로새겨져 남을 순정의 여인이며 이 영화 전반에서 풍기는 향기는 숭고한 것”이라고 상찬한다. 작가 김말봉 역시 “인간의 본성은 환경 여하에 따라서 물드는 것은 아님을 이 영화에서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하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진실한 인생을 추구하는 카비리아라는 인물의 숭고함을 강조했다. 이 영화의 숭고함이란 삶의 여정에서 어떤 절망과 마주하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카비리아의 낙천성,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낸 줄리에타 마시나의 훌륭한 연기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이화진(영화사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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