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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극영화 컬렉션

▶ 2021년 11월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에서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극영화를 검색하면 장편과 단편을 합쳐 대략 180편의 작품을 확인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들 작품들은 식민 당국의 수탈과 전쟁의 참화, 영화 자료 보존에 대한 낮은 인식 등으로 유실되어 볼 수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아리랑>(나운규,1926)처럼 전설로 회자되는 몇몇 특수한 작품을 제외하고 일제강점기 영화들이 관심을 받는 경우조차 드물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라는 기관명도 존재하지 않던 1985년, ‘한국필름보관소’는 FIAF(국제필름아카이브연맹, Fédération International des Archives du Film) 정회원 가입을 계기로 그전까지 말 그대로 ‘보관’에 집중하던 기능을 확대시켜 필름 아카이브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한 행보에 나섰습니다. 그중 하나가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작품을 수집하는 일이었습니다. 기록영화인 <경성>(시미즈 히로시, 1940)을 비롯하여 <망루의 결사대>(이마이 다다시, 1943), <젊은 모습>(도요다 시로, 1943), <사랑과 맹세>(최인규·이마이 다다시, 1945) 3편의 극영화가 일본 의 국립필름센터(현 국립영화아카이브 NFAJ)를 경유하여 한국의 ‘텅 빈’ 초기영화 아카이브에 도착했습니다. 1990년대를 지나며 현재의 한국영상자료원이라는 이름으로 FIAF 회원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는 1997년 러시아필름아카이브(Gosfilmofond)를 통해 <심청>(안석영, 1937)과 <어화>(안철영, 1938)의 불완전판을, 2004~6년 중국전영자료관을 통해 <미몽>(양주남, 1936), <군용 열차>(서광제, 1938), <어화>, <지원병>(안석영, 1940), <집 없는 천사>(최인규, 1941), <반도의 봄>(이병일,1941), <조선해협>(박기채,1943)을 발굴하여 일제강점기 극영화의 보유 숫자를 늘려갔습니다. 한편 2007년에는 국내 수집을 통해 여기에 <청춘의 십자로>(안종화,1934)를 더했습니다. 

이러한 ‘발굴’은 영화 애호가는 물론 연구자들의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영화 관련 연구가 쏟아져 나왔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영화제에서 이들 작품에 대한 상영도 이어져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볼 수 없던 영화를 직접 보게 된 순간 바로 당혹감이 뒤따랐습니다. 영화의 ‘국적’을 둘러싼 논쟁이나 이른바 ‘국책’에 부합하는 영화를 만들어 일본의 식민주의 전쟁에 ‘협력’한 것에 대한 논란 등 곤란한 문제들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연구들은 내셔널시네마를 근대성이나 관객성 논의 등과 연관시키고 구체적 맥락에 초점을 맞춰 종래의 친일/반일 이분법을 비껴가는 성취를 이루었지만 곧 정체되었고, 무엇보다 더 이상 새로운 영화가 발굴되지 못하자 연구의 동력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2010년대를 지나며 일제강점기 영화들에 대한 학계와 관객들의 관심은 사그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영상자료원의 발굴을 향한 노력은 묵묵하고 끈기 있게 이어졌고 2019년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이규설, 1920년대 후반 추정)와 <순정은 신과 같다>(오카자키 다쓰시, 1927)를 새로 찾아내 올해 공개했습니다. 전자는 러시아필름아카이브에서 수집한 것이며 후자는 30년 만에 제 이름을 찾은 영화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1920년대 극영화가 처음 드러난 셈입니다. 이에 한국영상자료원은 보유 중인 일제강점기 극영화 21편을 KOFA컬렉션으로 공개합니다. 다만, 본 컬렉션에서 지칭하는 ‘극영화’는 ‘feature film’과 더불어, ‘선전’을 목적으로 식민 당국에 의해 혹은 그 의뢰로 민간에서 제작된 중·단편의 이른바 ‘교화영화’ 내지 ‘문화영화’도 포함합니다. 또한 제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자투리 필름만 남은 불완전 영화들도 수록했습니다. 남아있는 소수의 작품을 구분 짓기보다는 전부 소개하여 이용자들의 관심을 다시 북돋고 관련 논의의 재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한국영상자료원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단순히 관련 작품을 모아 이용 접근도를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여러분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개’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본 컬렉션은 최소 한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에 대해서만이라도 그간 부족하던 정보를 보충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데 가장 역점을 두었습니다. 이 노력은 각 작품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연계 페이지를 통해 확인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휑한 상태는 면했지만 여전히 빈 곳 투성이인 한국의 초기영화 아카이브에는 앞으로도 채우고 확인해 가야 할 영화와 정보가 많습니다. 미약하나마 본 컬렉션이 여러분의 관심과 연구로 이어지고 여기에 힘을 얻어 또 다른 ‘발굴’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 이유미(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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