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비행하는 일곱 명의 감독
이번 기획전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인디다큐 시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를 먼저 말해야겠다. 인디다큐 시간여행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이 2012년 6월부터 독립 다큐멘터리의 흐름과 현재성을 짚어본다는 취지로 진행한 기획전의 제목이다. 2014년부터는 담론의 아카이브 구축을 목표로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해왔다. 2014년에는 몇 개의 주제와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고 감독과 연구자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2015년에는 ‘당신이 본 것이 정답이다’라는 부제로 감독의 연출의도에서 벗어나 연구자와 관객이 다큐멘터리를 주체적으로 사유할 가능성을 모색했다.
인디다큐의 새로운 탐색
9월 6일(화)부터 11일(일)까지 6일간 진행되는 올해의 주제는 ‘다큐와 픽션 사이를 횡단하는 7가지 방법’이다. 올해 맞은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월간 정기 상영에서 상・하반기로 나누어 며칠간 연속 상영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정기 상영이 갖는 의미가 있었으나 다른 기획전과 차별되지 않고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른 변화는 연구자 간의 대화를 표방한 지난해와 달리 감독 초청 GV방식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영 후 대담 자리에서 “왜 감독을 초청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했다. 특히 실험적인 형식의 다큐멘터리 상영에서 감독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관객층이 두드러졌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이 각각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굵직한 주제를 잡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상영 형식과 주제가 정답은 아닐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탐색하는 과정의 하나로 여겨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상영에서 소개할 감독은 김경묵, 김지현, 늘샘, 안건형, 정재훈, 조세영 6인의 국내 감독과 <파도의 소리>(2011), <해피아워>(2015)의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까지 7명이다. 소개할 작품은 장편 10편과 단편 8편, 총 18편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스타일을 지녔지만, 관념적으로 경계 지어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거나 옮겨가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물론 이들이 이런 방식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외에도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오간 감독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야말로 이들은 우연히 한자리에 불려온 거라 말해도 좋을 몇몇 예일 뿐이다. 여기에서 개별 작품 및 감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무리고, 상영 작품의 경향에 관해 간략히 언급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묻다
이번 기획전에서 소개되는 김경묵 감독의 작품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면,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나와 인형놀이>, 2004)가 소수자와의 연대(<줄탁동시>, 2011)로 이어지고, 이어서 완전한 타자(<유예기간>, 2014)를 바라보는 데까지 나아가는 궤적이 읽힌다. <노동자의 태양>(2009)에서 젊은 노동자로서 자신을 세운 늘샘 감독은 <남한기행 - 삶의 사람들>(2011)에 이르러 자신이 포괄할 수 있는 인간과 공간의 폭을 넓힌다.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 드러내는 것이 김경묵과 늘샘의 출발이었다면, 최근작 <요세미티와 나>(2011)에 이르러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 김지현 감독에겐 이것이 하나의 도착지처럼 보인다. 물론 카메라에 감독의 모습이 드러나느냐 아니냐가 자기 반영성의 유일한 잣대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자기 반사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모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이다. ‘여성’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조세영 감독은 최근 극영화 <물물교환>(2015)에서도 자신의 주제를 이어간다. <고양이가 있었다>(2008)에서 ‘다큐멘터리적이다’라고 이해(혹은 오해)되는 형식을 차용,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구분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 안건형 감독에게는 오직 영화 그 자체만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것처럼 보인다. 사운드와 이미지에 관한 세밀한 실험을 해온 정재훈 감독의 경우도 영화의 물성이 늘 극의 주제에 앞서 감지된다. 자기 반영성과 실험성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두 가지 표지다. 10일과 11일에 마련된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by.김소희(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