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세 번째 영화 소풍을 시작하며: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는 첫 개최 당시 극장이 아예 없었던 무주군에서 ‘영화’와 ‘소풍’을 콘셉트로 시작된 아주 작은 영화제다. 전라북도 무주, 불과 3만의 인구를 가진 이 작은 군(郡)은 예로부터 진안, 장수와 함께 ‘무진장’ 지역으로 알려진 산골 중의 산골로, 아직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청정지역이다. 이렇게 온통 푸른 숲과 나무로 가득한 산골 무주에, 누구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소박한 영화제를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아이디어는 ‘영화 보기’가 잠시 현실을 떠나 에너지를 얻고 돌아오는 ‘소풍’과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결국 ‘영화 소풍’을 콘셉트로 한 이 작은 영화제가 탄생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매년 50여 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지만 여느 국제영화제와 달리 신작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무주산골영화제의 프로그램 콘셉트는 ‘좋은 영화 다시 보기’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매년 개봉하는 700편에 달하는 이른바 ‘다양성’ 영화 중에서 극장에서 다시 보면 좋을 수십 편의 영화를 엄선하고, 여기에 국내에서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신작 영화 몇 편에, 최신 복원된 한국 고전 영화 등을 더해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영화제 기간에 무주에 오면 보고 싶은 영화 한두 편은 있도록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이런 목표 아래 선정된 50여편의 상영작은 총 5개 섹션으로 나뉘는데, 총 상금 1600만 원이걸린 한국장편독립영화 경쟁 부문인 ‘창 窓’, 전 세계 영화 중 최신 개봉작을 포함한 다양한 영화를 엄선한 ‘판 場’, 자연 속에 마련된 큰 야외 무대에서 왁자지껄 공연도 보고 영화도 즐기는 ‘락樂’, 가족과 친구와 함께 캠핑하며 영화 보는 ‘숲 林’, 행사 기간 영화제를 즐길 수 없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위해 영화제 기간 무주군 내의 면에 설치되는 찾아가는 영화관인 ‘길 路’로 나뉜다. 이렇게 나누어진 영화들은 무주군에 올해부터 만들어진 산골영화관에서, 예체문화관의 대공연장에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동장 중 하나인 등나무 운동장에서, 산골 깊숙한 곳에 마련된 캠핑장에서 각각 상영된다.
산골 무주에 오면 도시처럼 모든 것이 편리하지 않다. 와이파이는 안 될 가능성이 높고, 숙소에 가면 휴대전화가 잘 안 터지기도 한다. 여기저기 이동하려면 차를 타야 하고, 가야 할 길은 늘 멀다. 어디를 가든 30분에서 40분은 기본인데, 차가 없으면 셔틀버스 기다리는 시간도 추가된다. 불편하다. 아니, 안 불편한 게 이상하다. 그런데 이런 자잘한 불편함에 대한 보상은 시선을 돌리면 볼 수 있는 산골 무주의 파란 하늘과 초록빛 산과 나무들이고, 엄선된 50여 편의 영화와 작지만 알차게 기획된 다양한 공연이다. 예매도 안 하고 어떻게 영화를 보냐고? 무주산골영화제에선 예매 같은 거 필요 없다. 전부 무료니까. 그러므로 어두운 극장에서 내 좌석이 어디인지 찾을 필요는 당연히 없다. 그냥 무주에 와서 맘에 드는 영화 고르고 맘에 드는 자리에 앉아 영화 보면 된다.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냥 바닥에 앉아 보면 된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어떡하냐고? 그냥 조용히 극장을 나와서 프로그래머 욕이나 한번 하고, 나무 그늘 밑에 드러누워 쉬거나, 작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주군의 거리를 잠시 걸어도 좋고, 그것도 싫으면 덕유산 자락에 가서 좋은 공기나 마음껏 들이켜도 좋다. 무주산골영화제의 세번째 영화소풍은 2015년 6월 4일부터 5일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장편독립영화 경쟁부문인 ‘창’ 섹션을 위한 출품 마감일은 2015년 3월 27일(금)까지 이어진다.
by.조지훈(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