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그 옛날, 우리의 판타지아④
TV에서 보았는지, 혹은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보았는지. <101마리 강아지>를 보게 된 계기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악역, 크루엘라 드빌을 처음 본 순간만큼은 머릿속에 또렷하게 저장되어 있다. 한쪽 머리는 검은색으로, 다른 한쪽 머리는 흰색으로 물들인 개성 넘치는 인상의 여자 말이다. 자기 몸무게보다 몇 배는 더 무거워 보이는 모피 코트를 걸치고 붉은 장갑을 낀 손에는 긴 담배를 든 채 애니메이션 속을 활보하는 그녀는 데이비드 보위가 분한 <라비린스 Labyrinth>(짐 헨슨, 1986)의 고블린 왕, 자레드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101마리 강아지>는 사랑스러운 디즈니 프린세스들을 제치고 악당에 주목하게 한 (내 마음속) 최초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나 싶다. 매력적인 악당을 주인공으로 기획하는 최근의 트렌드에 발맞춰 디즈니 역시 마녀가 주인공인 <말레피센트 Maleficent>(로버트 스트롬버그, 2014)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디즈니 악역 진영의 다음 타자는 <101마리 강아지>의 크루엘라 드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y.장영엽(씨네21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