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선]한국영화 베스트 10,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1961)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주요섭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신필름이 최소 자본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이자 <성춘향>에서 이어지는 신상옥 감독의 절제와 세련미, ‘아역배우 전영선의 해맑은 연기가 관객의 시선을 끈 주옥같은 영화’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원작에서의 사건 간 인과관계를 부분적으로 재배치하거나 첨가함으로써 ‘문예영화’의 성격을 띠면서도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잘 살리고 있다는 데 있다.
수절과 인내의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최은희를 ‘미망인’으로 등장시킨 영화는 사랑방과 안방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을 폐쇄적인 시공간으로 설정하고 이것을 성격화한다.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사이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옥희를 매개로 드러나며 원작에 없는 식모와 계란장수의 로맨스를 어머니와 아저씨 사이의 로맨스와 교직시키는 구조를 통해 각 등장인물이 공간을 넘나들며 빚어내는 성격의 구성이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주인공 남녀의 사랑의 성취나 전통의 승리를 보여준다기보다는 욕망이 표현되고 그 욕망이 우회적으로 성취되는 순간들을 기억하고 그것에 주목하면서 여전한 유교적 가부장 문화와 새롭게 부상하는 근대문화가 서로 경쟁하면서 협상하는 공간, 멜로드라마의 장소로 그녀를 안내한다. 전통과 근대의 갈림길에 선 여성의 면모를 드러낸다는 점,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by.변재란(순천향대학교 영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