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생성의 존재론, 퀴어
‘인디다큐 시간여행’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정기상영 프로그램으로 2014년부터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하고 있다. 프로그램 구성과 주제가 매년 달라지지만 ‘시간여행’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과거의 작품들을 주로 상영한다.
2017년 인디다큐 시간여행은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퀴어 다큐멘터리들을 상영한다. 한국 사회에서 지난 몇 년간 심화되어온 성소수자 혐오 현상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와 관련된 법률의 법제화를 반대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은 퀴어 다큐멘터리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이번 상영은 혐오와 차별 속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성소수자들의 빛나는 삶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하반기에는 여성 노동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신자유주의적 노동 구조 개편 이후 우선적으로 해고와 비정규직의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들, 이 같은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을 1970~80년대 여성 노동운동사를 재조명한 작품들, 오랜 시간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가사노동과 성노동 같은 여성 노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을 함께 보고 여성 노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5월 12, 13, 14일에 진행될 상반기 프로그램에서는 퀴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는 <얼굴 없는 것들>(김경묵, 2005), 세 명의 성전환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3×FTM>(김일란, 2008), HIV/AIDS에 감염된 게이 커플의 삶을 따라가는 <옥탑방 열기>(고유정, 노은지, 2012),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과 60대 레즈비언의 삶을 나란히 제시하는 <불온한 당신>(이영, 2015)을 비롯한 일곱 편의 한국 작품이 상영된다. 해외작 섹션에서는 LGBT 영화사의 세계적 인물이자 영화감독인 제니 올슨의 <로얄 로드 The Royal Road>(2015)와 <호모 프로모 Homo Promo>(1993)를 상영한다. 제니 올슨의 작품들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내 퀴어영화의 역사를 소개하고, 퀴어 감수성으로 역사학, 도시학, 자전적 기억을 넘나드는 에세이 필름과의 만남을 선사해줄 것이다.
by.권은혜(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