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지]현직 기자가 뽑은 한국 영화잡지 최고의 코너 (1)
<로드쇼>의 ‘도씨에(Dossier)’
영화잡지 최고의 코너라니, 이런 걸 대체 어떻게 꼽는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딱 하나가 떠오른다. 1988년에 창간된 <로드쇼>의 ‘도씨에(Dossier)’다. 돌이켜보면 20대의 팔팔한 정성일이 편집장을 맡았던 <로드쇼> 는 희한한 잡지였다. 전통의 <스크린>과 시장을 양분할 작정으로 창간된 잡지였던 만큼 다루는 콘텐츠는 화끈하고 얄팍하게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로드쇼>는 가당치도 않은 짓을 벌였다. 날림으로 편집된 홍콩 스타들의 화보 사이에 ‘도씨에’라는 진지한 영화 읽기 지면을 삽입한 것이다. 홍콩과 할리우드 신작 소식을 알기 위해 잡지를 샀던 당대의 10대들 중 몇몇은 도씨에 지면을 해독하듯 읽어가기 시작했고, 그건 결국 10대들이 90년대 중반 이후 영화광 세대로 진입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적어도 내 과거를 돌아본다면 그렇다). 특히 발군은 영화감독 김홍준이 구회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몇몇 글이었다. 그의 글들은 <영화에 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이라는 책으로 묶여 나오면서 한국영화 동아리의 비공식 교재로 자리 잡았다. 이후 <로드쇼>를 떠난 정성일은 <로드쇼>의 도씨에를 확장한 듯한 잡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렇다. <키노>말이다.
by.김도훈(영화저널리스트,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