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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절절한 작별
최근 개봉한 <남자가 사랑할 때>(한동욱, 2014)를 본 관객이라면 반드시 떠올린 영화가 한 편 있을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말이다. 군산을 배경으로 촬영됐다는 점, 죽음을 앞둔 남자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라는 점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는 분명 한동욱 감독이 쓴 <8월의 크리스마스>의 독후감처럼 느껴졌다. 그중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 태일(황정민 분)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리모콘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제는 늙어 쇠약해진 아버지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남자, 태식과 정원(한석규 분)의 착잡한 마음이란 언제나 심금을 울리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영화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만큼 불치병에 걸린 남자의 이른 죽음을 그리 담담하게 관조한 영화가 또 있을까. 지금은 없어진 옛 영화진흥위원회 남산 시사실에서 관람하던 당시 스무 살이던 나는 영화 속 정원의 먹먹한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이해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이제 막 시작된 풋풋한 사랑의 대상도, 묵묵히 자신을 아끼고 지지해준 소시민적인 가족들도 모두 남겨둔 채 생을 마감하는 이의 그 절절함을 갓 스물이 된 남자아이가 어떻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정원의 나이만큼 살고 보니,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알게 됐다. 굳이 집착이란 표현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그간의 관계들, 추억들, 그리고 그 모든 감정과 강제로 작별해야 하는 이들이 갖는 회한이 어느 정도일지 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야말로 그 회한을 가장 아름답게 그린 한국영화이리라.
살아가는 일은 결국 늘어가는 부고와의 싸움일 것이다. 그 부고들에 무감각해지고 담담해지다보면 결국 가족과 지인들의 부고까지 받아들게 되는 것이고. 한 편의 시적인 부고인 <8월의 크리스마스>가 재개봉까지 거듭하며 사랑받는 이유 역시 그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감정에 대한 단단하면서도 세심하고 결이 고운 통찰이 공감을 줬다는 데 있을것이다. 오랜만에 한석규가 부른 주제곡 ‘8월의 크리스마스’를 챙겨 들어야 할 것 같은 봄이다.
by.
하성태(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