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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독립애니메이션의 축제: 인디애니페스트
독립애니메이션 창작자들의 축제 인디애니페스트는 2005년에 시작돼 어느새 열 살을 넘겼다. 1990년대 개인과 소규모 창작 그룹을 통해 제작되던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은 2000년대에 들어서 단편 작품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제작되는 작품 수 또한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줄 공간이 필요했지만, 기존의 영화제는 독립애니메이션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서 한국에서 제작되는 독립애니메이션 작품을 소개할 기회는 현저히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작품을 소개할 기회를 만들고자 생겨난 것이 바로 인디애니페스트다.
영화제를 통해 작품과 관객이 만나 소통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제를 찾은 감독들은 종종 “새 작품을 만들어서 다시 오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창작에 대한 욕구, 자극은 영화제가 지속될 수 있는 최고의 자양분이다. 작품이 없으면 영화제도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따금 “인디애니페스트는 시작하는 영화제다”라고 이야기한다. 가을에 열리는 인디애니페스트는 한 해 동안 제작된 독립애니메이션을 거두어들여 관객과 만나게 하는 영화제다. 영화제가 막을 내리면,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을 가지고 순회 상영회 등 다양한 창구를 마련해 작품을 소개하기위한 채비를 시작한다.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새로운 상영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인디애니페스트의 또 다른 목적 중하나다.
또한, 인디애니페스트는 독립애니메이션 작가들이 만드는 영화제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활동력 있는 20~30대 젊은 작가들이 주요 멤버다. 처음 이들이 모였던 2회 영화제 회의 내용의 절반은 ‘먹는’ 이야기였다. 비록 회의라고는 했지만,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와 수다가 말 그대로 즐거웠다. 즐겁게 영화제를 만든 것처럼 감독들이 모여서 떠들고,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영화제로 옮긴 것이 인디애니페스트다. 영화제 운영에 참가하는 감독들은 아이디어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제안하고, 그것을 직접 실천에 옮긴다. 영화제에 있던 ‘자작극 상영회’ ‘날애니 공모전’을 비롯한 많은 프로그램이 감독들의 제안으로 기획에 포함됐고, 감독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한다.
영화제와 더불어 진행하는 파티는 대부분 가을밤에 야외에서 열린다. 야외 공간에 테이블이 놓이고, 전어와 새우를 굽는다. 운치 있는 파티는 참가자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소통, 교감이 어우러져 감동으로 끝이 난다.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면 감독들은 으레 자신의 자리를 치우고, 테이블을 원래 있던 곳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멀리 해외에서 온 게스트들까지 짝을 지어 책상을 들고 나르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지난 2014년에는 10주년을 맞아 ‘열반’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제를 열었다. 수많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고통과 번뇌의 창작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애니메이터를 격려하는 의미였다.
또 지난해 처음으로 주말 2개관 운영을 시도했고, 그만큼 관객도 늘어나면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 수가 늘 제한되어 있어 더 많은 작품을 상영할 수 없는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내실 있는 운영으로 2015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감독과 관객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by.
최유진(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