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영화로 만날 수 있는 곳
내가 영상자료원을 처음 만난 건 한참 기억을 더듬어야한다.
1994년 다큐멘타리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나는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열심히 촬영하고 책을 보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책에서 소개되는 영화들을 보며 이런 영화들은 어디가면 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영상자료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안에 있던 영상자료원.
그곳의 첫 인상은 좀 어두웠던 거 같다. 제일먼저 찾아간 곳은 비디오목록을 찾아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몇 편의 영화를 보며 무척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국고전영화들이 많이 보관돼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상자료원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곳을 나오며 “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며 행복해 하던 일이 생각난다.
꽉 찬 자료실과 시네마테크.. 상암동으로 옮긴 영상자료원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인의 한사람으로서 공부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영화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영상자료원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곳이었다면 이제는 영화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다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만큼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극장과 그 외 상영공간에서 자기의 임무를 다하고 돌아온 영화들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곳. 영화의 보물창고인 영상자료원에 더 많은 보물들이 차곡차곡 쌓이길 바란다.
by.박정숙(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