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븍록버스터]블록버스터에 관한 6가지 잡담 06. 영화음악
블록버스터 영화음악의 기틀을 세운 건 마에스트로 존 윌리엄스였다. 그는 이미 블록버스터란 단어가 통용되기 전부터 세계적으로 히트한 <포세이돈 어드벤처>(로널드 님, 1972)와 <타워링>(존 길러민 외, 1974)을 통해 ‘대작’ 영화음악에 대한 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작업한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영화는 조금 더 특별했다. 이들은 단순한 흥행을 넘어 사회현상으로 까지 번졌고, 자신의 음악 세계는 물론, 할리우드 전체 지형도마저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시발점은 <죠스>(스티븐 스필버그, 1975)였다.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명명된 <죠스>의 음악은 단순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공포와 강렬한 긴장을 머금은, 고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사운드였다.
신세계 교향곡 4악장의 서두를 떠올리게 만드는 저음의 미니멀한 오스티나토 변주로 존 윌리엄스는 보이지 않는 위험의 징후를 청각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일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죠스>는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블록버스터 내러티브를 대변하는 음악의 서사
뒤를 이은 <스타워즈>(조지 루카스, 1977)도 만만치 않았다. 1960년대 이후 뮤지컬과 재즈, 록과 디스코에 밀려 한물갔다고 여긴 고전 심포닉 스코어링을 메인 스트림으로 다시 화려하게 복귀시킨 것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스탠리 큐브릭, 1968)에 깊은 감명을 받아 클래식을 삽입하려던 루카스의 생각을 철회하게 만든 이 19세기 낭만주의 스타일의 스펙터클한 악곡은 막스 스타이너와 알프레드 뉴먼,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드와 미클로스 로자 등 고전 영화음악가들이 정립한 라이트모티브와 미키마우징을 훌륭하게 계승해내 대규모의 교향곡이 얼마나 블록버스터 내러티브와 규모에 잘 어울리는지 확실하게 입증해냈다.
그에게 비슷한 작풍의 요구가 쏟아진 건 당연지사. 신비하고 장대한 영웅서사시를 원했던 <슈퍼맨>(리처드 도너, 1979)을 비롯해, 가벼운 모험 활극을 진중하니 잡아주던 행진곡풍의 <인디아나 존스>(스티븐 스필버그, 1985) 시리즈, 미지의 외계인과의 교감과 우정을 성스러운 오라토리오처럼 풀어낸 < E.T. > 그리고 그만의 캐럴이자 ‘호두까기인형’ 영향 아래 놓인 <나 홀로 집에>(크리스 콜럼버스, 1990)와 1990년대식 ‘죠스’의 변주 <쥬라기 공원>(스티븐 스필버그, 1993), 모던 클래식이 된 어두운 성장 판타지 <해리 포터> 시리즈 등 수많은 흥행작과 프랜차이즈의 음악을 맡아 잊을 수 없는 선율로 전 세계 관객을 매료시켰다.
살아 있는 사람 중 가장 많은, 48회의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받고, 역대 미국 박스오피스 100위까지 순위 안에 17편의 작품을 올려 그 어떤 작곡가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오른 그는 여든이 넘은 고령임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by.문상윤(영화음악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