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블록버스터에 관한 6가지 잡담 01. 히어로
“나는 아이언맨이다.” 새로운 슈퍼 히어로의 탄생을 알린 <아이언맨>(존 파브로, 2008)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토니 스타크의 쿨한 명대사다. 사실 아이언맨의 첫 등장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 주인공으로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비록 연기가 출중할지라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기용은 모험에 가까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아이언맨은 슈퍼맨과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각종 파워맨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3편까지 거침없이 이어지는 시리즈의 성공은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슈퍼 히어로의 대표주자로 아이언맨을 올려놓았을 정도다.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돈방석에 앉았다.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돌연변이 히어로의 탄생
아이언맨의 대중적 인기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언맨과 토니 스타크의 조합은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과 닮은꼴이다. 도시 하나를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재력가, 방탕한 생활, 이중생활, 돈으로 첨단 장비를 갖추는 등의 공통점을 가졌지만, 둘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남자다. 밤의 기사를 자처하는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은 대중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둘은 너무 진지하고 심각해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부류는 아니다. 아이언맨과 토니 스타크는 밝고 긍정적이며, 유쾌한 데다 재미있다. 둘은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액션과 유머를 책임지고 소화하며 관객을 홀린다. 특이한 점은 아머 슈트를 벗은 평범한 인간 토니 스타크의 대책 없는 매력이다. 이 캐릭터는 슈퍼 히어로 영화 역사에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이중생활을 하는 히어로는 평범한 인간일 때는 존재감이 떨어진다. 토니는 시종일관 영화전체를 지배한다. 그는 건방진 데다 사생활이 난잡하기로 유명한 바람둥이다. 재수 없는 캐릭터가 가지는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그는 미움의 대상이 아닌 사랑스러운 남자가 되었다. 토니의 매력은 당당함이다. 넘치는 자신감은 종종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가지만, 대중은 그에게서 다른 파워맨들에게 느끼지 못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잘생기고 돈 많고 위트 있는 남자를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대중은 어둡고 심각한 인물보다 밝고 당당한 주인공을 원한다. 매사 긍정적 마인드와 자신감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토니의 존재는 3편에 이르러 극대화되었다. 못 말리는 바람둥이 토니가 한 여자를 향한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줄 때, 현대 슈퍼 히어로의 중심은 누구인지 대중은 깨달았다.
by.김종철(익스트림무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