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필름 인화ㆍ현상
Q. 한국영상자료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필름 인화ㆍ현상기를 운용하고 있는 곳이다. 흔치 않은기기인 만큼 관리와 활용에도상당한 공수가 필요할 것이라 예상된다
A.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현상기 운용의 경우 법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 현상에 필요한 유해 화학 물질의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고, 작업 완료 후 발생하는 폐수 처리 역시지자체의 관리, 감독 대상이다. 필름 인화기나 색보정기는 상당히 예민한 기기다. 작은 환경 차이에도 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고, 또한 기기 노후화로 인해 수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필름 산업 쇠퇴로 인해 부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인화기, 색보정기 모두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관리와 활용에 큰 주의가 필요하다.’
Q.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필름 영화를 또다른 필름으로 복사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름을 스캔해 디지털파일로 된 상영본만 생산할 수도 있을텐데.
A. 필름은 디지털 매체에 비해 관용도가 넓다. 관용도는 매체가가질 수 있는 정보값의 범위로, 필름은 관용도가 좁은 디지털매체보다 블랙과 하이라이트 정보를 정확히 표현한다. 화면의색상과 명암 정보를 창작자의 의도에 가깝게 구현하는 것인데,필름을 디지털로 스캔하면 이 정보값은 다소 누락된다. 그렇기 때문에 필름 디지털화 작업과 함께, 필름에서 필름으로의 복사 작업 또한 병행하고 있다. 원본에 가장 가까운 화면을 보존하고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해외의 여러 영화 아카이브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필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자료원이 밀착 인화 방식(원본 필름과 복사용 필름을 겹친 후 노광을 주어 인화)을 활용한다면 해외의 경우 습식 인화(Wet Printing)를 실시하는 곳이 많은데, 습식 인화에 사용되는 약제에 필름을 담그면 필름 표면의 스크래치가 어느 정도 보완됨과 함께 색상이 살아난다는 장점이 있다. 필름을 약제에 담근 상태로 한 프레임씩 촬영하여 스캔, 복사하기 때문에 작업 속도가 느리고 밀착 인화 방식만큼의 선명도를 담보하기는 어렵지만, 장점이 주는 매력이 커 많은 전문가가 애용하는 방식이다. 자료원 역시 습식 인화기를 활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고, 내년 중 관련 화학 제품의 사용 허가 절차를 마무리한 후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by.김상휘(한국영상자료원 보존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