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천국」 주제로 본한국영상자료원 수집 키워드
2007년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이 상암동으로 이전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 가장 크고 의미 있는 변화는 보존 부서에 속해 있던 자료수집 업무가 독립적인 팀으로 분리되고, 신설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에는 자료수집이 단지 하위 개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여기에서 벗어나 다각적이고, 전문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사실, 자료원이 수집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철학과 원칙은 기관이 창립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자료원의 <자료관리규정>에 의하면,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 대상으로 하며, “영화예술 및 문화진흥, 학술적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자료를 우선”적으로 수집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어느 시기나 자료원의 수집 재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기술과 시대환경에 맞추어 수집의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다. 이를 수집의 “우선순위”라고 한다면, 지난 12년 간 자료원의 수집 우선순위는 어떤 것이었을까? 「영화천국」은 매호별로 지난 두 달간 수집사업과 관련해서 가장 의미 있는 이슈를 기사화했다. 그래서, 이를 주제별로 분류해보면 지난 12년 간 자료원이 수집 업무 가운데 어떤 업무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천국」은 창간(2008년)에서부터 폐간(2019년)에 이르는 12년 간, 53개의 크고 작은 수집 기사를 다루었다. 기사를 주제별로 분류해보면 “기증”(17건), “발굴”(16건), “기록영상”(7건), “독립영화”(5건) 순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자료원이 지난 12년 간 중점을 두고 추진한 수집의 우선순위와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키워드1: 기증
영화, 영화롭게 예우하겠습니다.
「영화천국」 제7호에 게재된 수집기사 제목이기도 한 이 슬로건은 자료원의 자료 기증자에 대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상자료는 의무제출(납본), 위탁, 기증, 구입 및 보상 등 조건부수집, 자체생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원에 입수된다. 이 중 기증은 가장 중요한 수집방식 중 하나다. 1919년 <의리적 구투> 이후 한국영화는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이로부터 55년 뒤인 1974년 자료원이 설립되었으니 그 긴 공백기동안 제작, 생성된 영화와 영상자료들을 ‘영상자료원 직원들이 알아서’ 찾을 수 없거니와, 자료원 설립 후 20여년이 지난 1996년 비로소 ‘영화필름 등의 제출제도’가 시행되어 그 이전에 제작된 영화들에 대한 안정적 보존체계를 갖추는 데에는 영화계의 적극적인 기증 노력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12년 간 기증된 자료들은 다음의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단체나 대량기증에서 개인이나 소량기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다량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던 영화사와 극장들이 2000년대 초중반 폐업, 정리되면서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 자료의 상당수가 자료원으로 기증되었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제작사의 경우도 회사이전, 경영상의 이유로 자료를 자료원에 기증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영화천국」에서 소개한 부산 삼성극장, 익영영화사, 광주극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2018년 태흥영화사가 <개그맨>(이명세,1988) 등 필름 181벌 및 영상자료 971점을 자료원에 기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에 아날로그 자료를 소장하고 있던 개인이 활발하게 기증한 점을 들 수 있다. 영화업에 종사했던 개인이나 영화인의 자녀들이 자료를 기증하는 경우(전승열(故전창준 스틸기사 자녀)), 양기주 스틸기사, 영화제작자 호현찬, 김성주(故김희갑 영화배우 자녀), 김병옥 스틸기사, 이승구 중앙대학교 교수 등 다수)도 있고, 또 개인 차원에서 소중한 자료를 모아 기증한 영화애호가(고길성 님)들도 있다. 이 가운데, 영화애호가들이 자료를 기증하는 것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년간의 수집사업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자료원들이 동시대 자료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료를 수집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적시성’인데, 이 시기에 영화 본편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것 이외에, 동시대 제작현장에서 생성되는 각종 자료와 의상/소품을 보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자료원은 2014년부터 영화에 사용된 의상과 소품을 영화사로부터 기증받는 <영화관 옆 박물관> 캠페인을 추진 중이며, 2014년부터 연간 10편 내외의 개봉작의 의상/소품을 수집하여 현재까지 44편의 의상/소품 컬렉션을 구축했다. 또한 제작사(전원사, 태흥영화사, 나우필름 등)의 기증자료를 중심으로 제작현장 자료까지 수집범위가 확대되었다.
둘째, 디지털 시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상자료를 수집단계에서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한 아카이빙 이슈로 부각되었다. 2016년부터 대량으로 기증된 「씨네21」사진자료, 월간지「스크린」사진자료 50만 여 점(2017년)과 한국경제신문사 산하 문화전문 웹진「10아시아」소장 영화관련 이미지 100만 여점(2017년)은 물론, 개인소장 비디오와 포스터들이 자료원에 선별과정 없이 입수되어 수집-카탈로깅-보존 각 단계에서의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보존공간의 문제 역시 대두되기 시작했다. 자료원에서 수집하는 디지털자료의 수량이 증가할수록, 복본여부 파악, 상태확인, 자료가치에 대한 검토를 통해 후대에 전승해야 할 자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과 거장, 대작 중심의 활용이 아닌 보유자료의 주제별, 수집처별 분석을 통해 이를 컬렉션별로 공개하여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 연구자들을 위한 활용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키워드2: 발굴
활발한 국내외 조사를 통해 한국극영화 보유율을 높이다.
필자가 입사한 2005년, 자료원에서는 한창 수집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 당시 슬로건은 “한국영화 27% 부족, 부족한 한국영화를 채워주세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캠페인은 한국영화사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자료원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자, 영화계의 협조를 구하는 일종의 호소이기도 했다. 캠페인은 1년 후에 종료되었지만, 이 슬로건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한국영화 20% 부족”으로, 극영화보유율이 지난 12년 간 7%나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것이다. 자료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미보유 극영화 발굴조사를 추진했고, 이 같은 노력은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서히 결실을 맺기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자료원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총 196편의 미보유 극영화를 발굴, 수집(국내 131편, 해외65편)했는데, 주요 발굴작은 아래와 같다.
사실 위에 언급한 발굴작 외에도 <청춘의 십자로>, <죽엄의 상자>, <대폭군> 등 미보유 극영화는 2013~2015년 전후로 꾸준히 발굴되었다. 상기의 발굴처에서 보듯, 국내의 경우 유실영화는 개인 자료소장자로부터 입수되는 경우가 많고(한우섭-한규호 컬렉션의 경우 유실영화 94편이 대규모로 발굴되는 경우였는데, 부친이 운영하던 연합영화공사의 이름으로 수집되긴 하였으나 사실 한규호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자료이다.) 해외는 대체로 자료원과 같은 필름 아카이브의 수장고에 다량으로 방치되어 있던 ‘미분류 필름’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동안 「영화천국」의 발굴관련 기사는 대부분 독자들에게 “유실된 000 영화를 발굴했다!”는 결과를 알리는데 집중했는데, 그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의 조사기간을 필요로 하고, 자료를 소장한 기관 혹은 개인들과의 지난한 협상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조사기간과 협상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유실영화의 발굴 가능성이 높은 곳을 조사해야 한다. 때문에 자료원은 지난 해 1989년부터 2017년까지 28년간의 해외수집 기록을 추적하여 ‘해외수집맵’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조사가 우선되어야 하는 3개국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금년에 이 중 1개처(러시아 고스필모폰드)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였고, 이를 통해 일제시기 문화영화와 기록영상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문화영화의 경우 단편이긴 하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인 <청춘의 십자로>(안종화, 1934)보다 앞선 작품으로 확인되어 한층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기획수집’이 중요한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조사 작업에 발굴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는 점일 것이다. 앞으로 자료원은 발굴 작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것과 더불어, 조사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국내외 연구자 및 관련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조사작업을 추진하는 것이 우연으로부터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워드3: 기록영상
자료원, 영화를 넘어 사회문화사를 아카이빙하다.
과거 필름의 대량 수집을 추진하면서 기록영상이 함께 입수되는 경우는 있었으나,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비(非)극영화는 자료원의 수집범위 밖에 있다는 인식이 높아 적극적인 수집을 진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보존된 기록영상들에 대한 상세한 카탈로깅을 추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의 자료일수록 극영화와 기록영상의 경계는 모호하다. 또한, 극영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관련된 희귀하고, 오래된 기록영상을 발굴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자료원이 기록영상을 수집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자료원은 2,000여 편의 기록영상을 수집했다. 입수처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해서 지면으로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세 가지 의미 있는 기록영상 수집기록을 살펴보고자 한다.
① 테드 코넌트 컬렉션: 김기영 감독의 1953년작 <나는트럭이다> 등 71편 수집 김봉영, “해외에서 잠들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찾아라!”, 「영화천국」 Vol.14 2010.06.25.,
최영진, ‘테드 코넌트 컬렉션 수집경위와 현황’, 「영화천국」 Vol.46 2015.11.02.
한국전 후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KRA)에 근무한 테드 코넌트를 접촉하여 2009년 한국고아들을 소재로 한 단편 다큐 <위기의 아이들 Children in Crisis>(테드 코넌트, 1950)를 수집했다. 이를 기점으로 해서 컬럼비아대학교의 테드 코넌트 컬렉션도 복사하고, 수집했다. 김기영 감독 제작 초기단편 <나는 트럭이다 I am a Truck>, 신상옥 감독의 편집연습 영화 <Bad Boy>, 그리고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을 담은 기록영상물도 발굴하는 성과를 보였다.
② 노르베르트 베버 컬렉션 : 1925년작 <고요한 아침이 나라에서> 등 5편 및 촬영원본 수집
독일 성오틸리엔 수도원 보유 일제강점기 영화필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오랜 기간의 협상을 거쳐 2015년 필름의 디지털스캔 결과물을 수집했다. 수집된 기록영상은 1925년 노르베르트 신부가 한국을 방문하여 촬영한 다큐멘터리들인데, 서울, 원산 등의 생생한 조선인의 생활모습을 담고 있으며, 특히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촬영한 장편 다큐멘터리로서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③ 고려대학교 협력사업: <리버티 뉴스> 등 기록영상, 뉴스릴 1,522편 수집
2011년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9개 처를 대상으로 한국관련 자료에 대한 공동 조사, 수집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현대사 연구에 중요한 뉴스릴과 기록영상 1,522편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영화와 방송, 개인기록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미디어 융합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영상’자료원이 수집, 보존해야 하는 ‘영상’의 범위는 극영화에서 기록영상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때문에 자료원의 기록영상 조사수집은 지속, 확장될 것이다. 앞으로 자료원은 영화사연구와 더불어 사회문화사에 대한 전문 역량을 높이고, 사회학/역사학 등 타 분야와의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보존된(그리고 앞으로 수집될) 기록영상에 대한 전문적인 아카이빙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4: 독립영화
납본 사각지대에 있는 독립영화를 모으다.
일부 장편 개봉영화를 제외하면, 독립영화는 법적 의무제출(의무제출 대상작품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작품이다.)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료원은 이처럼 보존의 사각지대에 있는 독립영화를 영구보존하고,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독립영화 수집을 추진했고, 2007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영화발전기금을 지원받으면서 <독립영화아카이브 구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본격화되었다. 기금지원은 아쉽게도 4년 후인 2011년 중단되었는데, 이에 따라 수집편수가 축소되었지만 해당 사업이 국고로 전환되어 안정화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자료원은 독립영화아카이브 구축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2,269편의 단/중/장편 독립영화를 수집했다.
「영화천국」에서는 수집된 개별 독립영화를 알리기보다는 독립영화아카이브 사업 전반을 소개하는 기사를 꾸준히 게재하는데 주력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독립영화계의 이해와 협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담당자는 여전히 매년 영화제를 다니고 정기적으로 관계자를 만나면서 사업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독립영화아카이브 구축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기획수집과 발굴사업도 추진하여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났다. 주요 장편감독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아카이빙, 자료원 연구전시팀의 제보로 수집된, 1980년대 16mm 장편독립영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강의 남쪽>(장길수, 1980) 수집이 대표적이다. 또한 금년부터 국내 5개 영화제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수집하지 못한 해당 영화제의 의미 있는 구작들을 수집하는 등 사업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료원의 독립영화아카이브 구축사업은 의무제출이라는 법적 장치를 통해 수집되지 못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보존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제작 편수가 증가하고, 관람 플랫폼이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수집/보존하는 독립영화 편수를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위의 기증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독립영화(보수적으로 추산해도 한 해 제작되는 독립영화는 1,500편 이상이다.)를 모두 수집할 수 없다면, 독립영화 아카이빙을 위해 향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카이브 프리즘」이 담아야 할 향후 10년 간의 수집 아이템은?
「영화천국」의 네 가지 수집 키워드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의 자료원 수집사업을 살펴보았다. 고작 세 명 밖에 되지 않는 수집 인력만으로 이와 같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것은 물론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환경변화에 따른 맞춤형 수집정책과[또는 환경변화를 반영한 수집정책과] 수집범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다. 그리고 디지털 영화산업 환경에 적합한 수집 프로세스의 개선, 동시대 영화계 플레이어들과의 소통과 협력 강화, 활용(접근)과 연계한 기획수집 등도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수집은 ‘자료원의 문(門)’이다. 자료원이 향후에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느냐에 따라 정체성이 달라질 것이고, 자료원의 보존고에 어떤 자료가 보존되어 있느냐에 따라 이용하는 고객의 범위와 성격 또한 달라질 것이다. 이 때문에, 자료원 수집담당 부서는 어떤 범위, 어떤 방향으로 수집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료원이 발간하는 「아카이브 프리즘」이 향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① 영상물 수집정책의 개선: 제출제도는 영화 아카이브의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제도가 시행된 1996년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 해 제출편수는 15배 증가했지만, 행정을 담당하는 인력은 여전히 1인으로 변함이 없다. 제출보상비는 매년 꾸준히 확대 편성되었으나 여전히 제출편수에 미치지 못한다. 법이라는 안전장치가 오히려 자료원의 납본사업을 기계적으로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디지털시대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며, 제출제도가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출대상과 기준, 합리적인 보상방안 등에 대해 영화계와 꾸준히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영상자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시대에 자료원이 보존해야 하는 자료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선별적으로 수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② 동시대 영화산업과의 교류, 협력 강화: 수집에서 가장중요한 것은 ‘적시성’이다. 동시대의 개봉작들을 신속하게수집하지 않는다면, 이 자료들은 향후에 유실되거나소멸될 가능성이 크고, 남아 있다고 해도 이후에 수집하기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해당연도에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제작과정에서 생성되는다양한 자료들을 적시에 수집하는 것, 이를 위해 영화산업현장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자료원이꾸준히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③ 뉴미디어 시대 영상물의 범위 확장: 영화 뿐 아니라게임, 스포츠, 교육, 관광 등 많은 분야에서 VR 콘텐츠에대한 관심이 뜨겁다. VR이 영화의 미래라고 단언할 수는없지만, VR산업이 지금처럼(그리고 지금보다 확장될경우) 산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전에 이를 올바르게보존하고 관리하는 다양한 아카이빙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넷플릭스 등 OTT에서 배급, 상영되는 작품(<옥자>, <킹덤> 등)에 대한 보존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자료원은 현재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뉴미디어 콘텐츠와 뉴미디어 기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영상 콘텐츠들에 대한 수집대상의 선정, 수집자료의 활용방안, 나아가 기술사 연구까지 자료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④ 유실영화 조사수집 확대: 극단적으로 자료원의극영화 보유율이 100%에 수렴될 때까지 미보유 영화의발굴은 자료원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한국 극영화가 있을 것이라고추정되는 곳들에 대한 꾸준한, 그리고 더 적극적인조사가 필요하며,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조사 대상 국가를 확대해야한다. 아울러, 북한과의 교류도 중요한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남북의 정치적인 관계에 따라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그만큼 변수가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북한국가문헌고 소장자료의 조사, 남북영화사 공동연구,디지털 복원 및 보존매체 기술표준 연구 등 남북아카이브 간 기술협력 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