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화인 열전 2: 촬영감독 이선영
촬영은 여성이 진출하기 어렵고 활동하기 힘든 분야다. 숫자가 말해준다. 2018년 현재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에 소속된 85명 중에서 여성은 김선령, 이선영, 지윤정, 엄혜정 네 명이다. 이들 중 이선영 촬영감독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20년 가까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온 인물이다.
영화 현장에는 뒤늦게 발을 디뎠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학원 강사를 하다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영화 수업에 등록해 처음 카메라를 들었다. 동기로 만난 노동석 감독과 첫 단편 <아스피린>(2000)을 작업하고, 2001년 나란히 한국영화아카데미 18기에 입학했다. 노동석 감독의 단편 <초롱과 나> (2001), 장편 데뷔작 <마이 제너레이션>(2004)에서도 촬영을 맡았다. 컬러와 흑백으로 청춘의 명암을 극명하게 표현한 <마이 제너레이션>은 새로운 시대의 청춘 영화이자 2000년대 독립영화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카데미 졸업 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5기로 입학해 2010년 초반까지 독립영화를 촬영했다. 권지영 감독의 단편 <우연한 열정으로 노래부르다보면>(2006), 전선영 감독의 단편 <난년이>(2006), 안선경 감독의 장편 <귀향> (2009), 백연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쓰 마마>(2012) 등 여성 감독들과 한 작업이 주를 이뤘다. 존엄사와 종교 문제로 갈등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상철?신아가 감독의 <밍크코트>(2012)에서는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를 비롯해 등장인물의 내면과 밀착한 핸드헬드와 클로즈업 촬영으로 호평을 받았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은 홍지영 감독의 로맨스 영화 <결혼전야>(2013). 2015년에는 여성의 일과 고민을 코미디로 풀어낸 정범식 감독의 <워킹걸> 촬영으로 ‘2015년 여성영화인축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기술상을 받았다. 좋아하는 공포영화도 활발하게 촬영했다. 최시형 감독의 단편 <도마뱀 소녀> (2011)에서 강렬한 판타지 이미지를 실험했다면, 김곡?김선 감독과 작업한 <무서운 이야기-앰뷸런스 편>(2012), 김휘 감독의 <퇴마: 무녀굴>(2015), 김선 감독의 <무서운 이야기 3: 화성에서 온 소녀-로드레이지 편>(2016)에서는 공포 효과를 극대화한 촬영이 두드러졌다.
독립영화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여성 무당의 일대기를 다룬 박찬경 감독의 다큐멘터리 <만신> (2013)에서는 지윤정, 유지선 촬영감독과 공동 촬영을 맡았고, 여성노동자의 연대기를 담은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위로공단>(2014)에도 참여했다. 김동명 감독의 <거짓말>(2015)에서는 거짓말을 일삼는 여성의 심리 변화를 집요하게 포착한 촬영이 빛을 발했다. 2015년 <간신>(민규동)과 정희성 감독의 <커터> 촬영 이후 잠시 활동을 멈춘 상태지만 다시 촬영을 시작한다면 “이전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by.정유미(영화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