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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영화]멜로의 50가지 그림자
영화 포스터를 보다가 문득 “아, 또”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제목은 두 글자 혹은 세 글자다. 남자 두 명에서 네 명 정도가 포스터에 있다. 내용은 대한민국의 가진 자, 배운 자, 주먹 쓰는 자들의 한판 승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불의에 맞서는 정의로운 이들의 진혼곡 스타일의 이야기도 종종 보인다. 세상의 절반이 여자, 절반이 남자라고 누가 그랬나. 한국영화의 인구 비례는 ‘사내’들이 압도한다. 사회비판적인 드라마, 갱스터물 등이 유행하면서 한때 적은 돈으로 흥행 기본을 해내던 멜로영화는 자취를 감추었다. 영화계의 특별한 사정일까.
사랑은 남녀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 8월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주인공 조승우, 배두나는 물론 유재명, 박성근, 신혜선, 이규형 등의 배우들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신인 이수연 작가를 알게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러브라인 없음’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멜로드라마가 따로 필요 없었다.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직업이 무엇이든 일보다 연애에 열중하곤 했다. 그런 경향은 일일연속극이나 아침드라마에서 가장 강한데, 의사가 주인공이면 병원에서 연애를 하고, 기자가 주인공이면 언론사에서 연애를 하고, 변호사가 주인공이면 법원에서 연애를 하는 식이었다. 주인공이 전문용어를 늘어놓다가 문을 나서면서 누군가와 러브라인을 탄다는 공식. 최소한 마지막 장면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썸’이 진하게 암시된다. 그것이 한국 드라마의 DNA에 있었다. <비밀의 숲>도 그럴까 싶었다. 한여진(배두나)과 황시목(조승우)이 사이가 좋은 게 결국 ‘핑크빛 무드’로 발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이 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이라고 할 만한 것은 막판, 이창준(유재명)과 그의 아내 이연재(윤세아)의 이야기 쪽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비밀의 숲>이 종영하고 나자, 바람이라고는 피운 적 없는 이창준이 진심을 다했던 인물은 아내가 아니라 황시목이 아닌가 싶어진다. 가장 신뢰하고 모든 것을 건 상대. 사회비판적인 이야기가 늘어나면서 남성과 남성 간의 끈끈한 동지애를 그리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멜로드라마적인 성격을 띤다.
멜로의 기본 공식을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데 좋은 일 다음에 슬픈 일이 벌어진다” 정도로 여겼다면, 그 생각은 20세기에 두고 오시라. 지금 한국의 멜로는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웠던 혹은 처연했던 한국의 멜로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아가씨>(박찬욱, 2016)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2017)을 꼽겠다. 둘 다 동성 간의 애정에 대한 이야기. <아가씨>가 본격적인 레즈비언 로맨스였다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그보다는 미묘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큰 줄기는 이렇다. 조직의 2인자인 재호(설경구)가 교도소에서 만난 현수(임시완)와 출소 이후 함께 일하게 된다. 사실 현수는 재호의 윗선인 병철(이경영)을 잡기 위해 잠입한 경찰이고, 재호의 친구이자 병철의 조카인 병갑(김희원)은 현수의 존재를 껄끄럽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가장 어색하게 튀는 장면이 무엇이냐면, 출소한 현수를 위해 여자를 데려온 재호가 키스하며 뒹구는 둘을 오픈카 뒷자리에 태우고 운전하는 대목이다. 재호와 현수의 의리와 사랑 사이의 눈빛 교환이나, 현수를 경계하며 재호에게 진심을 다하는 병갑의 애타는 말 한마디 쪽이 더 사랑이 넘치고 멜로적이다. 기존 <투캅스>(강우석, 2017) 식의 로맨틱코미디에 가까운 감정선이 아니라 비극이 기다리는 멜로드라마적인 갈등이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전보다 중요해지는 것은 동성 간의 긴장 쪽이다.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데, 인정받고자 하는 가장 큰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연애의 대상이 되는 이성보다 우열을 따지기 어려운 긴장 관계의 동성이 된다. 가장 불꽃 튀는 갈등도 화학작용도 전부 동성 사이에서 벌어진다. TV드라마에서는 그것이 <아가씨>처럼 애정으로 발전하진 않지만. 아내는 여자 친구와, 남편은 남자 동료와 스킨십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대가족이 나오는 일일드라마에서야 이제는 공식이 된 막장 드라마 스타일이 여전하지만,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드라마나 범죄수사물 같은 경우는 이런 변형된 버디물 성격이 돋보인다.
사랑 이후에 말해야 하는 것들
웹소설 쪽에서는 로판(로맨스 판타지)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각종 웹소설 연재 플랫폼에서 각광받아 전자책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들 중 로판 장르는 특히 인기 상승세인데, 올해는 네이버 웹소설에서 로판 장르를 신설하며 로판 작품을 대상으로 한 제7회 네이버웹소설 공모전도 열었다. 당연히 해피엔딩인 이야기들인데,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이겠지만 분량이 엄청나다. 카카오페이지 로맨스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황제와 여기사>가 4권, 리디북스에 별점 리뷰를 남긴 사람이 1만3,000명을 넘긴 <루시아>는 8권이다. 로판 중에는 특히 환생물이 많은데, 여주인공이 한 번의 생을 끝낸 뒤 그 기억을 안고 환생하면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환생 전의 삶은 취준생이거나 음모에 휘말려 죽은 경우인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유행어를 거대한 중세 유럽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생이 망했다면 다음 생을 살면 어떨까, 이왕이면 국적도 계급도 전부 바꾸어 주인공의 삶을 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웹툰 중에서 최근 눈에 띄는 작품을 소개하겠다. 포털사이트나 만화 전문 플랫폼이 아닌 인스타그램에서 <며느라기>를 연재하는 계정은 8월 중순인 이 글을 쓰는 현재 팔로어가 18만9,000명을 넘겼다. 제목 ‘며느라기’는 웹툰에서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라고 설명된다. 지금까지 생활툰은 신혼일기, 육아일기, 개나 고양이 일기, 여행일기, 맛집일기 같은 식이 많았다. 공감은 유머와 감동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며느라기>는 남자친구와의 사랑이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은 뒤 벌어지는 시집 어르신들과의 멜로드라마다. 남자주인공인 줄 알았던 남편은 자꾸 뒤로 빠지고, 알고 보니 상대해야 할 진짜 주인공이 시어머니인 것을 알게 된 며느리의 이야기.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자충수가 되는. 베스트셀러 차트 역주행을 하며 올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82년생 김지영>이 보여준, 결혼은 멜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다. 사랑에 대해 말할 때 그간 하지 않았던 숱한 결의 이야기들이, 지금 한국 이야기 시장에 틈새를 만들어내고 있다. 제법 큰 틈새를.
by.
이다혜(북칼럼니스트,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