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과 영화 사운드 전문회사 덱스터라이브톤은 지난 3월 20일 사운드 마스터 자료 기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라이브톤은 자사가 보유한 아날로그 및 디지털 사운드 원본 200여 편을 영상자료원에 기증하고, 영상자료원은 기증된 자료를 영구 보존하는 동시에 올해 내 아날로그 사운드 자료의 디지털화를 완료해 향후 디지털 영상 복원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영화 사운드 마스터 자료의 중요성
영화를 만들 때 음향은 대사, 효과음, 배경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작업이 이루어지며 최종적으로 이 모든 음향을 모아 하나의 ‘마스터 자료’로 만들어 영상과 결합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최종 마스터가 만들어지기 바로 전 M&E(Music & Effect) 마스터와 대사 마스터로 만들어지며 이 두 가지를 합해 최종 음향이 완성된다. 이 마스터 자료가 최종적으로 영상과 결합되면서 영화가 완성된다.) 이렇게 영화에 사용되는 음향은 영상의 부가 자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향 자체만으로도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가령 우리나라 영화를 외국에 수출할 경우, 사운드 마스터 자료가 온전하게 남아 있다면 이를 활용해 해당 국가 언어로 더빙이 가능하다. 그리고 과거 스테레오(2ch)로 녹음된 영화를 극장에서 재개봉할 경우에도 분리된 사운드를 활용해 다채널(5.1ch)로 변환, 관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소리를 제공할 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영화를 보존, 복원하는 아카이브 입장에서 사운드 마스터 자료가 가지는 의미 역시 상당히 크다. 영화의 복원, 그중 사운드를 복원할 때 가장 먼저 작업하는 것은 음향을 요소별로 분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영화에 사용된 모든 음향이 결합된 최종 마스터 자료만 있다면 이러한 분리 작업이 불가능하고, 이럴 경우 잡음 정도만 제거할 수 있어(잡음을 제거하면서 대사까지 살짝 제거될 수도 있다) 영상은 깨끗해지지만 소리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사운드 마스터 자료는 보존 및 활용 가치가 높음에도 그간 영화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보존하는 영상자료원조차 영상과 분리된 디지털 사운드 자료를 보존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번 영상자료원과 라이브톤의 업무협약은 한국영화 보존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한층 심도 있는 복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 <왕의 남자> 등 주옥같은 한국영화 사운드의 영구 보존 기반 마련
이번 협약을 통해 영상자료원이 영구 보존할 사운드 마스터 자료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 200여 편이다. <
비트>(
김성수, 1997), <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1998),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1999), <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2000), <
시월애>(
이현승, 2000), <
장화, 홍련>(
김지운, 2003), <
왕의 남자>(
이준익, 2005), <
괴물>(
봉준호, 2006) 등 기증되는 작품 대부분이 한국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작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활용이 기대된다. 영상자료원은 4월 5일 해당 자료를 모두 인계받았으며 올해 안에 기증된 자료를 디지털화할 예정(아날로그 자료 160여 편)이다. 또 디지털화된 사운드 마스터 자료는 영구 보존되는 동시에 향후 해당 작품의 디지털 복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 많은 사운드 자료가 영상자료원에 보존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