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의 디지털 색보정이란
영화 <장남>. 이두용 감독의 의도를 반영해 원본을 새벽 아침의 색으로 보정했다.
색보정의 의미
색보정의 사전적 의미는 촬영된 이미지의 색채를 원하는 방향으로, 색상의 방향 및 색조를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색보정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를 넘어 모든 영상과 사운드의 결과물을 취합해 실시간으로 확인?수정하고 다시 결과물을 전반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DI(Digital Intermediate)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사진 분야에서 1980년대 코닥에 의해 개발되었다. 1989년 코닥은 영화 산업에 사용될 DI 시스템 개발의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1992년에 디지털 필름 스캐닝과 레코딩 기술을 시각효과와 필름 복원을 위해 사용했다. 과거에는 일부 영화에만 DI 작업이 적용되었지만 2007년부터 시작해 현재는 DI가 영화제작 과정의 필수 공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고전영화의 색보정, DI 리마스터링
현재 디지털 색보정 시대에도 필름은 계속 소환되고 있다. 디지털 프로세스의 기반이 필름 프로세스를 기초로 삼아 몇몇 단계만 대치되었으며 시네마용 디지털 카메라도 필름의 색감과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필름룩’이라는 표현으로 촬영과 색보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역주행의 상황만 봐도 DI는 영화 산업의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화질과 음질이 떨어지는 과거 영화를 DI 작업을 통해 질을 향상시켜 재개봉하는 추세이며 이런 영화만 상영하는 영화제도 생겼고, 2010년 칸영화제에서도 13편의 복원판이 상영되었다. 기술적 과정으로는 첫 번째 단계에서 원본 필름의 보수와 먼지 제거를 진행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각 프레임의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스캐너에 필름을 넣는다. 세 번째 단계에서 컷 단위로 색상 차이를 보정하고 얼룩 및 오래된 필름의 흔적을 프레임 단위로 제거하는 과정까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1. <비구니> 제작 당시의 상영용 프린트. <비구니>는 네거티브 필름 결손으로 인해 상영용 프린트를 기반으호 한 색보정 작업이 실시됐다.
2. 프라이머리(1차 색보정) 단계 이미지
3. <비구니>의 최종 색보정본
한국영상자료원의 컬러리스트로서 색보정 작업을 한다는 것
아날로그 색보정 시대, 보정이라는 말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준다는 의미가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거기에 한 편의 영화가 일관된 색의 흐름을 갖도록 하는 창조적 테크닉이라는 뜻이 추가되었다. 아날로그 색보정이 색을 ‘입히는’ 과정이라면 현재의 색보정은 색을 ‘뽑아낸다’는 창작의 개념으로 변화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색보정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다 공존한다. 컬러리스트는 정확한 작업을 위해 네 가지를 먼저 고려한다. 첫 번째, 촬영감독이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두 번째로 연출 감독이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세 번째로 각 신에서 어떻게 촬영했는지, 네 번째로 원본 네거티브 필름이 결손된 부분을 상영용 프린트 필름으로 대체할 경우 원본 네거티브 필름과 상영용 프린트 필름의 색상 차이와 질감의 간극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입사 후 여러 작품의 원본 필름이 소중하고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음에 대단함을 느꼈으며 디지털 시대에도 필름은 여전히 한국영상자료원의 가장 중요한 관리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료원은 고전영화 후반작업(색보정, 복원, 사운드, 마스터링)을 위해 국내 최고의 장비와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훌륭한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고 공유한다는 사실에 컬러리스트로서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 또 어떤 명작의 색보정을 진행하게 될지 매우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by.신정민(한국영상자료원 영상복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