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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도 슬픔이>(김수용, 1965)
하루에도 필자의 손을 거쳐가는 수많은 과거의 흔적들 사이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한순간이 있다. 대구 앞산의 작은 움막, 더 작은 부뚜막 위에 카메라가 올라와 있다. 사진 속,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엄청난 집중력이다. 대본을 들고 컷을 외치는 듯한 김수용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시절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모자와 안경 덕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35mm 스틸 필름, 그것도 흑백. 게다가 반세기가 넘어 그다지 상태가 좋지도 않은 이 사진 한 장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는 놀랍다. 이 순간, 반짝이던 집중과 열정은 거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프레임 오른쪽 보이지 않는 움막 무대 안에는 기적 같은 연기를 펼쳐준 네 남매가 있을 것이고 만족스러운 연출이 완성되었을 때 모두가 환호했을 것이다. 카메라 속 필름은 한 장면 한 장면 윤복의 동심을, 순나의 눈물을 담아내어 많은 관객의 가슴을 뻐근하게 했을 것이다.
개봉 당해 한국영화 관객 동원 수 1위의 최고 흥행작이던 이 작품은 각종 국내 영화상을 휩쓸고 김수용 감독에게 제26회 베니스영화제 출품이란 영예를 안겨주며 1965년을 그의 해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한국영화사에 대작으로 자리 잡은 이 영화는 국내외에서 네 번이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모두의 마음에 오랜 기간 신드롬의 대상이 되었다.
by.
서혜인(한국영상자료원 보존관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