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B tv ‘영화당’과 ‘무비빅’: 말로 하는 평론, 차별화된 영화 큐레이션 시대를 열다
영화 상영 시장에서 극장은 1차 시장이고, IPTV는 2차 시장이다. 2017년 IPTV가 영화 상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규모면에서 3,500억 원 수준에 이르렀고, 실제 2차 시장에서 최상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IPTV를 통해 제공되는 현실이다. 당연히 2차 시장은 1차 시장의 마케팅 영향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지만, 독립적인 플랫폼으로서 독자적인 성장과 자생력을 위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TV가 가정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IPTV가 가지는 ICT(정보통신기술)적인 특성을 살려 개인화를 추진하고 있듯 차별화를 위해 많은 것을 고민해왔고 그것을 TV 속에 또 담아가고 있다. 그 차별화에 대한 고민의 한 줄기가 B tv 영화 큐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오래된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 제공
B tv는 시청자의 시청 의도를 조금이나마 더 이끌어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노출하던 영화 예고편이나 이벤트 내용을 담은 짧은 영상물을 넘어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하지만 지상파 영화 소개 프로그램과 너무 많이 닮아 있어 늘 1%의 갈증을 느껴야 했고, 그 1%를 채우기 위해 1차 시장인 극장과 2차 시장인 IPTV와의 차이부터 다시 고민했다.
극장의 짧은 상영 기간 대비 상영 기간이 무한한 IPTV만의 차별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 큐레이션 대상을 구작(舊作)으로 확대했다. 당초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이하 영화당)은 영화 마니아를 대상으로 구작 중 명작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 제공을 통해 구작 영화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고, 실제 영화당 론칭 전인 2015년 B tv VoD 매출에서 구작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였지만, 영화당 방송 이후 2016년 21%, 2018년 22% 등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화당에서 주목할 점은 영화 2~3편에 대해 30분 이상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의 방송 포맷이다. 영화당은 특정 장르, 특정 감독의 작품 세계, 특정 배우의 작품, 영화 기법이 잘 녹아 있는 영화 등 다양한 주제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살아온, 살아가는, 또 살아갈 과거, 현재, 미래의 삶의 부분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했느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고, 또 알고 있었지만 다시 떠올려보게 하는 영화당의 이야기를 통해,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영화당은 그 자체가 힐링의 공간이 되고 영화 시청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자극하는 듯하다. 이를 방증하듯 100회를 넘어선 영화당은 B tv가 아닌 유튜브 채널에서 매회 평균 5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시청하고, 매주 금요일 영상을 올리자마자 1만 명이 바로 클릭하고 댓글을 달 정도로 마니아 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진지한 ‘영화당’, 재미있는 ‘무비빅’
영화당의 브랜드 파워가 상승하는 만큼 신작 중심의 ‘영화추천관’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잘나가는 형님에 가려질까 조급한 아우라고나 할까? 내부 평가지만 2018년 3월, 기존 ‘영화추천관’을 ‘무비빅’으로 개편하면서 숙제의 일부분을 해결해나가고 있다. 영화당이 영화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무비빅은 영화를 가볍게 즐기고자 하는 층을 대상으로 포지션을 설정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영화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되 영화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영화 전문가와 영화 덕후가 만나 한 가지 주제 두 가지 시선이라는 모토하에 진행하는 무비 토크부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제작 과정의 숨은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인 버킷 무비까지” 다양한 코너를 기획했다. 그래서 무비빅의 가장 큰 매력은 낄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그런 가운데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편안하게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에게 영화 추천 프로그램도 좀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자 했다. 무비빅은 신작을 다루다 보니, 추천한 영화의 매출이 움직이는 폭이 넓다. 무비빅 론칭 이후 특히 1차 시장에서 50만 미만의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 중 큐레이션을 통해 기대 이상의 매출을 보이는 작품이 종종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한 영화가 시청자의 기대와 불일치할 경우 오히려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 나아가 시청을 가이드하는 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과, 영화 큐레이션 프로그램이 결국 해당 플랫폼의 영화 콘텐츠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입힌다는 우려를 타계하고자 소개 영화의 작품성부터 늘 확인한다.
최근 IPTV 기반의 영화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홀드백 기간’이 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IPTV 매체만의 차별화로 작품에 따라서는 IPTV에서 먼저 개봉하는 영화도 나올 것 같고, 또 IPTV에서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재개봉하는 영화도 등장하는 등 지금의 작은 변화를 바탕으로 제법 일어남직한 일들을 상상해본다. 플랫폼으로서의 차별화를 고민하며 만들어온 영화 큐레이션 프로그램이 B tv만의 콘텐츠 브랜드를 입고,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나비 효과가 되길 꿈꾼다.
by.황우현(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본부 미디어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