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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에 선 남자의 취향에 대하여
1999년 가을은 뭔가 떠들썩했다. 시간을 엮는 큰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는 전환기를 코앞에 둔 모두의 마음은, IMF구제금융으로 야기된 경제적 혼란을 이겨내려 박차를 가하는 전 국민적 움직임과 동시 에 경제 제도의 파멸이 가져다준 엄청난 손실을 경험한 박탈감으로 깊은 우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세기말적 분위기는 그 짙은 향기를 매캐하게 뿜어내 숨을 막히게 했다. 그런 암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유학 준비에 한창 던 필자는 불투명한 미래를 앞둔 딱한 처지의 자신에게 뭔가 희망의 실마리를 던지고 싶었다. 그렇게 우울함을 달래려 홀로 극장에 가 마주한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The Thomas Crown Affair >(존 맥디어난, 1999)는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환상에 젖어들게 하는 최고의 달콤한 로맨틱 스토리였다.
완숙하게 아름다운 여성을 상대하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1999년 가을판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대부호가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값비싼 그림을 훔치는 완전범죄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 미모의 보험수사관이 등장해 아슬아슬한 두뇌 게임을 펼치다가 사랑에 빠지는 다소 전형적인 스토리의 영화다. 1990년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을 감싼 아름다운 옷들과 소위 TPO라 하는 시간·장소·경우에 적절하면서도 멋들어진 옷차림, 그리고 그를 둘러싼 부와 고급스러운 취향의 증표들이 하나하나 내 맘을 설레게 했다. 또한 단순히 부로 표현되기 어려운 문화적이고도 감각적 삶을 향한 판타지를 마음에 심어주는, 잊을 수 없는 명화였다. 그러나 이 정도에서 그쳤다면 또 하나의 그저 그런 영화였을지도 모른다. 훗날 남성복에 대한 이야기를 설파하는 글쟁이로 활동하면서 마주한 걸출한 멋쟁이 스티브 매퀸이 동명의 1968년작 오리지널 버전 영화에 출연해 감각의 제왕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자료를 확인하면서 이 영화는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각인되었다.
그렇게 1968년과 1999년작에 각각 등장하는 토마스 크라운의 완성도 높은 스타일과 문화적 면면은 뒤죽박죽 기억에서 섞이면서 감각의 제국 황제가 갖추어야 할 고급 취향의 표준을 만들어냈다. 아트 컬 렉션, 기사 딸린 최고급 승용차, 스피드를 만끽하는 마초의 일상. 미술품 경매와 파티 그리고 샴페인, 외딴섬의 별장에 동행한 여주인공을 위해 준비한 완벽한 옷가지들, 그리고 업스테이트 뉴욕의 가을 하늘을 여유롭게 돌아보던 글라이더까지… 게다가 심드렁하게 불시착한 글라이더에서 전화로 픽업을 요청하는 장면은 그 가을을 더욱 설레게 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스타일과 문화적 면모는 후대 남자들의 멋내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그랬던 것처럼, 스티브 매퀸의 거의 모든 영화 속 캐릭터의 스타일링은 남성복 애호가들 사이에서 일종의 전설로 통용되며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잘 만들어진 명화들의 미덕 중 하나는 완벽한 고증은 물론 시대상을 반영하는 복식으로 문화적 시간을 고스란히 저장 한다는 데 있다. 특히 맞춤복으로 대표되는 남성복의 장르적 특성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워 미적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하는 이들의 마음을 매료하고 거듭 재생산되곤 한다.
영화 속의 바로 그 사람처럼 될 수는 없지만 그가 입었던 스리피스 슈트를 비슷하게 지어 입어본다든지, 그가 차고 있던 회중시계와 유사한 빈티지 시계를 어렵게 찾아 소장하려는 노력으로 체화해볼 여지 도 있다. 동남아 지역의 한적한 리조트에서 아내나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에 적절한 옷차림으로 참고할 수도 있으며, 풍부한 문화적 소비가 가능한 직업이나 장래 희망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단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작은 판화 작품 하나쯤 집안에 걸어놓는 수고스러움도 기꺼이 경험하고 싶게 만들어준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세 번째 리메이크 작품이 준비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또 어떤 멋진 남자가 어떤 스타일로 모방욕을 불러일으키는 멋의 판타지를 완성해줄지 조용히 기대해본다.
by.
이헌(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