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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네마 보존에 관한 두 개의 시선② - 곳간의 완성도를 고민해야 할 시간
디지털 자료의 보존법은 단순하다. 디지털 에러 없이 최대한 많이 복사해 물리적으로 떨어진 위치에 분산, 보관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리 및 활용을 위해 분산 보관된 자료가 어느 위치에 어떤 매체를 통해 언제 만들어졌는지 등을 기록한다. 만들어진 복사본들은 일정한 시간이 지났거나 저장한 매체의 수명이 다하기 전 또는 저장한 매체가 시장에서 사장되기 전 기존 복사본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복사본을 만들어 보관한다. 완벽한 디지털 보존 매체가 없는 현재 환경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다시 복사하는 일이 디지털 자료 보존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가능한 한 많은 수의 복사본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디지털 자료의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이지만 현실은 항상 비용 문제에 부딪힌다. 그래서 디지털 자료를 복사하고 확인하고 보존하는 일과 함께 주어진 예산 내에서 어떤 매체들을 사용해 몇 개의 복사본을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보존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디지털 매체가 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그 매체를 사용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필름으로 만들어지는 영화가 없는 디지털 시대에서 모두 디지털 자료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식과 현실은 다르다.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기관에서 자료의 보존은 외부에 보일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외부에 보이기 위한 성과에 치중할 때 보존의 자리는 줄어든다. 우리 자료원의 디지털 자료 보존은 디지털시네마 적체 자료를 해소하고 이제 사진, 포스터, 대본 등의 디지털 자료까지 포함하는 기본적인 수준에 다다랐을 뿐이지만 이런 성과주의 논리가 우선될 때 디지털 자료의 보존은 점점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전 시대의 영화를 연구하고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것이 고전이 되는 그 시기까지 자료를 전하기 위해 곳간 채우기를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by.
권문규(한국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