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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네마 보존에 관한 두 개의 시선① - 디지털시네마의 영구보존은 없다
누구나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가 고장나는 바람에 소중한 디지털 데이터를 잃어버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복사본 하나만이라도 만들어둘 걸 하는 아쉬움은 왜 꼭 큰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드는지 모른다. 파주보존센터 개관과 함께 디지털시네마 이원 보존체계를 갖추면서 이러한 시름을 한결 덜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디지털시네마를 보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디지털시네마를 보존하는 방법이 단순히 복사본 여러 개를 만드는 것만으로 완벽했다면, 필름은 원본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것 외에 별다른 역할은 하지 못했을 것 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도 필름이 여 전히 유효한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시네마 영구보존의 근본적인 불완전성에 있다.
사실 복사본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적인 2K 디지털시네마의 보존용 데이터는 1.5TB 내외다. 그런데 제출, 수집, 기증으로 한국영상자료원 디지털 아카이브에 보존된 영화는 2016년 한 해만 해도 400여 편 이상이며, 지금까지 보유한 데이터의 총량은 페타바이트 (=1,000TB) 단위에 달한다. 이 데이터에 대한 하나의 복사본만 더 만들고자 하더라도 필요한 자원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단 한 개의 0과 1이 잘못 기록되기라도 한다면 그 데이터는 쓸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 때문에 복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가 있는지 매번 컴퓨터 연산을 통해 확인하고, 직접 육안으로 영화를 보면서 검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디지털 매체의 열화도 데이터의 보존을 위해 반드시 대비해야 할 요소다. 현재 한국영상자료원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아카이브에서 주력 보존 매체로 사용하는 LTO 테이프 역시 이를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잘 보존했더라도 읽고 쓰는 과정에서 테이프가 늘어지기도 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보관하다 보니 LTO 테이프에 치명적인 먼지가 들어가기도 한다. 직사광선, 자기장, 온·습도 등 다른 요소들 역시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매체를 이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위 모든 문제를 해결했더라도 결정적으로 우리가 보존한 데이터를 후대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이를테면 과거에 그토록 흔하게 사용하던 플로피디스크가 이제는 말로만 들어본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그 안의 내용물을 쉽사리 열어볼 수조차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방치할 수는 없기에 충분히 보존에 용이하면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매체, 파일 형식 등을 계속 탐색하고 적용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시네마의 도입으로 많은 사람이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더욱 가까이에서 누리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보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섣불리 완벽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디지털시네마에 아직까지 영구보존은 없는 것이고, 다만 영구보존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다음 단계만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정 환경만 유지한다면 100 년은 거뜬한 필름에 비해, 디지털시네마 는 영구보존을 위해 앞으로 남은 숙제가 더 많기에 디지털 아카이빙 담당자들은 고민이 많다.
by.
이찬웅(보존기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