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로고
통합검색
검색
상세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고객서비스
ENG
업데이트
검색
DB
영화글
VOD
컬렉션
업데이트
영화글
기관지
DB
DB 서브
상세검색
작품 DB
인명 DB
소장자료
리스트
영화제
영화글
영화글 서브
연재
한국영화의 퀴어한 허구들
비평, 안녕하십니까
그때의 내가 만났던
명탐정 KOFA: 컬렉션을 파헤치다
사사로운영화리스트
세계영화사의 순간들
임권택X102
기획
칼럼
한국영화 NOW : 영화 공간 아카이빙 프로젝트
종료연재
기관지
VOD
VOD 서브
VOD 이용안내
가이드
VOD 기획전
전체보기
영화
영화인다큐
컬렉션
고객서비스
고객서비스 서브
KMDB 이용안내
온라인 민원
1:1문의
영화인등록
FAQ
오픈API안내
이용안내
파일데이터
Open API
공지사항
로그인
마이페이지
GNB닫기
DB
영화글
VOD
컬렉션
고객서비스
기관지
연재
기획
종료연재
기관지
이전
1496
필자의 글 입니다.
전체게시물(
2
)
[한국다큐]‘현재’를 바라보는 8개의 시선 ② - 논픽션 다이어리
우리에게 1990년대는 어떤 시절이었을까? 다양한 수식어가 떠오르지만 그 중 가장 무난하고 어감상 나쁘지 않은 것으로 ‘서태지 세대’ ‘X세대’의 출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관 주도의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 군부독재와 이에 대한 항거, 최루탄으로 매캐한 거리에서 이뤄낸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압축할 수 있는 1980년대가 지나고 마침내 1990년대가 오자, 우리는 항쟁의 트로피인 문민정부 아래서 상당히 진전된 표현의 자유라는 것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정치적 영역에 쏠려 있던 사람들의 관심은 많은 부분이 사적 영역으로 흩어졌으며, 세계화의 바람과 함께 밀어닥친 서구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소비의 자유가 곧 표현의 자유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비록 질시의 뉘앙스를 담고 있긴 하지만 ‘X세대’와 쌍벽을 이루는 1990년대 젊음의 아이콘이 ‘오렌지족’이었음을 상기해보라). 모두가 엇비슷하게 가난했기에 상대적 빈곤이 큰 문제가 아니던 시절, 마을 공동체가 윤리적 문제의 판관이던 시절은 가고, 농촌민과 도시빈민 그리고 도시중산층으로 계층은 갈라지고 매끈한 소비의 세례에서 소외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차츰 커져갔다. <논픽션 다이어리>(정윤석, 2013)는 바로 이 상대적 박탈감이 몰고 온 원한이 초래한 ‘지존파’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의 인터뷰와 파운드 푸티지, 미술적 장치를 활용한 몽환적 몽타주로 이루어진 <논픽션 다이어리>에서, 화자의 역할을 하는 지존파 사건 담당 형사는 20여 년 전에 일어난 엽기적 살인사건 수사에 대해 마치 모험담을 들려주듯 신나게 얘기하다가도, 때때로 한숨 속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드러낸다. 돈 있는 압구정 오렌지족을 죽여버리고 싶다던 범인들이 정작 범행을 저지른 대상은 부유층과는 거리가 먼 약한 사람들이었다. 범행으로 한탕을 해 효도하고 싶었다는 이들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의 방식 역시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혼란 그 자체였다. “과연 그것이 그들만의 잘못이었을까” 되묻는 형사의 말 속에는 소비자본주의, 경제적 양극화, 전통적 공동체의 붕괴 속에서 자라난 원한이라는 비틀린 시대정신에 대한 통감이 숨겨져 있다. 지존파 사건에 이어 보여주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쿠데타 세력의 사면에 대한 파운드 푸티지는, 전통적 가치관도 행정기관의 엄정함도 기업가 정신도 심지어 6월 항쟁의 성과마저 온통 무너져내린 1990년대 시대정신을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것은 비단 한국적 근대화의 어두운 이면이 폭발한 1990년대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속에는 현재 한국 사회가 겪는 모든 불행의 초기 버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가 끝나고 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by.
이지행(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