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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 묘사를 넘어서는 진짜 사람 이야기
일단 자기 고백부터 시작한다. ‘사람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것들 중 다수는 지적 게으름이다. 이야기를 도무지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게 풀어놓고 ‘인간적’이라고 우긴다든지, 연결 안 되는 예쁜 장면을 모아놓고 ‘감성적’이라고 딱지를 붙인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여기에 연출까지 과장되면? 싫어하는 영화 순위 최상위권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프로그래밍이나 해킹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대부분 낙제점이다. 영화 전체는 어떻게든 그냥 본다 쳐도, 컴퓨터 장면만 나오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엉성하다. 도무지 고민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덥수룩한 복장의 젊은 남자가 어두운 방에 앉아 있다. 방에서 밝은 것은 오직 컴퓨터 화면뿐. 남자의 손이 자판 위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화면 위로는 녹색 글자가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흘러간다. 그렇게 수십 초 자판을 두드리자 컴퓨터 화면에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 남자는 손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해킹 완료.”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해킹 장면이다. 이미 클리셰다. 해커를 다룬 영화 <해커즈 Hackers>(이안 소프틀리, 1995)는 물론이고, 21세기 초반 영화인 <스워드피쉬 Swordfish>(도미니크 세나, 2001)도 그렇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나 ‘다이하드 시리즈’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요즘 영화들도 비슷하다.
영화 속 해킹 장면이 말이 안 되는 부분을 짚어보자. 일단 해커·프로그래머는 컬러 모니터를 쓴다. 쇼핑 검색 서비스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20인치대 고해상도 컬러 모니터가 8만 8,000원인 시대다. 누가 굳이 흑백 모니터를 쓰겠는가? 그것도 녹색으로! 녹색 모니터는 1990년대에 이미 자취를 감췄다. 또, 해킹·프로그래밍은 타자 연습이 아니다. 해킹 대회를 참관한 적이 있다. 대회에 참가한 해커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생각하는 데 보낸다. 한참 동안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잠깐 자판을 두드렸다. 영상 연출의 한계라고? 아니 그럴 거면 작곡가가 곡 쓰는 장면도 피아노 속주 장면으로 연출하지.
이 영화,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데이비드 핀처, 2010)는 예외다. 영화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의 탄생기를 다룬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산 가치가 700억 달러(2017년 8월 기준)에 달하는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던 시기에, 그의 주변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어떻게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업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프로그래머들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를 비교적 정확히 보여준다.
저커버그가 캘리포니아 가정집에 차린 사무실에 션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찾아오는 장면은 프로그래머들이 실제 일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풀에서 동료들과 함께 놀고 있던 저커버그는 벨 소리가 울리자 방 안에 있는 직원을 불러 문을 열어주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wired in’ 상태란 걸 알고는 자신이 직접 나간다. ‘wired in’은 문자 그대로는 헤드폰 선을 PC에 연결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프로그래밍에 집중한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실제 개발부서에 가면, 외부 자극을 차단하기 위해 헤드폰을 쓰고 일하는 프로그래머가 많다. 영화 앞부분에서 저커버그가 기숙사 여학생 품평 프로그램을 짜면서 친구 왈도 세버린(앤드루 가필드)에게 수식을 부탁하는 부분이나, 윙클보스 형제와 소송전을 벌이며 “너네가 짠 프로그램은 한 줄도 없다”고 말하는 부분 역시 실제 프로그래머들의 행동과 비슷한 부분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다르다. ‘사람 이야기’라면 질색하는 사람의 눈으로 봐도, 기술 이야기로 풀기도 바쁜 이야기를 다루면서 사람 이야기를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 수십억 명을 친구로 이어놨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대학교 절친과 인연을 끊고 소송 중이다. 친구 대신 선택한 경영 멘토 역시 회사 밖으로 쫓아냈다. 영화 마지막, 회의실에 홀로 남은 그는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보낸다. 창업 전 만났던 여자친구에게. 안 좋은 기억만 남기고 헤어진 그녀에게. 사과의 말조차 보내지 않은 그녀에게. 그리고 그는 반복해서 화면을 다시 읽어 들인다. 그녀가 친구 신청을 받아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by.
이인묵(IT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