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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영화]한국영화 최고의 멜로 커플
요안나&두수
<맨발의 청춘>(김기덕, 1964) | 출연 신성일, 엄앵란
거리의 건달과 상류층 여성의 드라마틱한 사랑. 1960년대 최고의 청춘 스타였던 신성일과 엄앵란을 캐스팅한 것만으로도 이슈를 몰고 오기 충분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60년대 연애하는 청춘의 모습은 놀랄 만큼 천진난만하다. 잠자기 전 클래식 음악을 듣고 성경을 읽는 여자, 독주를 즐기며 복싱 매거진을 보는 남자. 자신과 전혀 다른 환경의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상대의 저녁 일과를 그대로 재현해보는 커플의 모습은 참으로 귀엽고 애틋하다. 사랑의 도피 행각 속에서도 천년의 사랑을 다짐하며 종이학을 함께 접는 커플의 애정행각이란! 이 커플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장소인 물레방아 헛간 안, 요안나(엄앵란)는 두수(신성일)에게 그곳이 “온 우주보다 넓은 아늑한 낙원”이라고 말한다. 문어체로 가득 찬 시적인 문구를 술술 읊조리는 이 부잣집 아가씨의 사랑스러운 대사 앞에 남자는 할 말을 잊고, 그녀와 함께 죽음을 맞기로 결심한다. 죽음까지 불사한 사랑이지만 키스 한 번이 전부였던 순수한 이 커플의 사랑 이야기는 60년대 꽤 파격적인 이슈를 몰고 왔고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
영수&정아
<진짜 진짜 잊지마>(문여송, 1976) | 출연 이덕화, 임예진
1976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영화계에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가 붐을 몰고 왔다. 개봉 첫날 인산인해의 중고생 관람객을 끌어모은 이 영화의 인기는 <진짜 진짜 미안해>(문여송, 1976), <진짜 진짜 좋아해>(문여송, 1977) 등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물을 탄생시켰다. 목포에서 열차로 기차 통학을 하다 사랑에 빠진 고교 2학년 영수(이덕화)와 정아(임예진). 연애를 금기시하던 당시 분위기 때문에 두 사람의 연애는 쉽지 않다. 이 와중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영수는 서울로 가게 된다. 학군단 훈련을 마치고 정아를 찾은 영수는 놀랍게도 정아가 자신이 도착하기 하루 전 악성폐렴으로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영수와 정아가 통학열차에서 눈만 힐끔힐끔 마주치다 본격적으로 우정 이상의 감정을 키우게 되는 설정이 학생 영화치고 꽤 농염하다. 발 디딜 틈도 없이 학생으로 가득 찬 통학 열차, 막 출발한 기차에서 정아를 기차 안으로 조심스럽게 밀듯이 끌어안은 채 바람을 막아주는 영수의 밀착신은 그 시절 학생 로맨스물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섹슈얼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또한 어른 없는 집에서 함께 집 밥을 먹으며 포옹하는 영수·정아 커플의 몰래 데이트가 친구들의 투서로 학교에 고발되는 설정 등은 그 시대 사회상과 정서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꽤 흥미롭다. 서울로 떠나는 영수의 상황이 싫어 시도 때도 없이 신경질을 부리다가도 살뜰하게 챙겨주기를 반복하는 정아와 그런 정아를 아무 말 없이 보듬어주는 영수의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더할 나위 없이 달달한 케미를 선사한다.
영민&혜린
<기쁜 우리 젊은 날>(배창호, 1987) | 출연 안성기, 황신혜
한 남자가 만들어내는 ‘불멸의 순애보’다. 혜린(황신혜)을 오매불망 가슴에 품고 기다리다 결국 삶과 죽음의 기로까지 함께 지켜보게 되는 남자 영민(안성기)의 이야기는 신파극에 가깝지만 배창호 감독은 이 뻔한 스토리를 새로운 캐릭터와 다채로운 카메라 앵글로 신선하게 만들어낸다. 배창호의 페르소나 안성기의 소심남 순애보 연기, 데뷔작으로 청춘의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준 황신혜의 모습이 스크린에서 잘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목숨을 걸고 영민의 아이를 출산하는 혜린의 선택을 제외하고, 드라마틱할 게 하나 없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 영민의 지고지순한 구애 방식 때문이다. 첫 데이트에 상대방이 어떤 음료를 좋아할지 몰라 여러 개의 음료수를 사오지만 정작 간식은 촌스럽게 삶은 계란을 사들고 오는 남자. 혜린의 사무실 앞에서 비에 흠뻑 젖은 채 그녀를 기다리지만, 그녀를 위해 준비한 꽃바구니는 비에 젖지 않게 전화 부스 안에 두는 남자가 바로 영민이다. 그런 영민의 순수한 구애에 혜린은 그만 마음을 내주게 된다. 비를 맞고 자신을 기다리는 영민에게 마음이 갈 때마다 사무실 스탠드를 하나씩 켜기 시작하는 혜린. 토셀리의 세레나데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영민에게 혜린이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이들 커플의 사랑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 영민과 어린 딸이 덕수궁 벤치에 앉아 있는 장면은 혜린과 영민의 첫 데이트를 연상시키며 ‘생명 같은 사랑’을 넘어 ‘영원한 사랑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영민&미영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명세, 1990) | 출연 박중훈, 최진실
보통 남자와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될 사랑과 결혼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를 이명세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감성으로 잘 살려낸 영화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신혼 초기 남편의 도시락에 완두콩으로 ‘I LOVE YOU’를 박아 넣는 아내. 느닷없는 직장 동료들의 집들이 어택을 묵묵히 받아준 아내의 마음이 고마워 추운 겨울 창밖에 서린 김으로 “사랑해 미영”을 쓰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영민(박중훈)과 미영(최진실). 이들 커플의 달달한 신혼 시절 모습이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러나 이들 커플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큰 공감을 일킨 것은 사랑과 함께 직면할 수밖에 없는 커플의 또 다른 복잡다단한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내의 전 직장 상사를 첫사랑 남자로 오인한 영민이 질투심에 불타 미영의 얼굴을 자장면 그릇에 처박는 상상을 한다든지, 미영을 두고 자꾸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가는 영민의 심리 묘사, 첫사랑 남자로부터 편지를 받아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미영이 낯선 동네로 일상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 등이 바로 그런 설정이다. 드라마틱한 로맨스가 없어도, 구구절절한 사랑의 장애물이 없어도,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내 이야기 같아서 감흥이 오래 지속되는 작품이다.
상우&은수
<봄날은 간다>(허진호, 2001) | 출연 유지태, 이영애
남녀의 사랑을 사계절의 첫 시작인 따뜻한 봄에 빗대 풀어간 허진호 감독의 대표적인 멜로영화다. 허진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소리’를 통해 사랑의 감성을 아름답게 잡아낸다. 소리 채집 여행을 다니며 급속도로 가까워진 지방 방송국 프로듀서 은수(이영애)와 상우(유지태). 상우는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지만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라면 먹고 갈래요?”로 시작된 두 사람의 풋풋한 만남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와 함께 서글픈 이별을 맞는다.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 남자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여자의 만남. 이들의 사랑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것은 순수한 20대 연하남 상우를 연기한 유지태와 사랑의 아픔을 아는 30대 이혼녀 은수를 연기한 이영애의 화학반응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오글거리는 닭살 경계주의보가 없어도, 사랑의 순환과 덧없음을 영화는 담담하게 묘사한다. 새벽에 보고 싶다고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강릉까지 달려가는 상우, 그런 그를 부둥켜안아주는 은수. 서로 마주만 봐도 배시시 웃음이 나오던 이들의 사랑은 계절이 바뀌듯 서서히 변한다. 집착과 질투의 감정으로 뒤범벅된 상우는 새로운 애인이 생긴 은수의 차에 동전으로 상처를 내는 소심한 복수극을 벌이고, 은수는 그런 상우에게 “사랑은 변하지 않아. 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지”라며 위로의 말을 던진다. 은수의 이 말은 이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어도 오래도록 이 커플을 기억하게 만드는 사랑의 단서다.
by.
김수연(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