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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김지미] 4인의 영화인이 말하는 내가 본 김지미 ③
Q
김지미 씨는 영화배우임과 동시에 제작자,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등 영화계의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했던 영화인이다. 활동 범위를 배우라는 카테고리 안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두 분 사이의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A
김지미 선생님의 영화계 활동과 내 경험을 동등하게 비교하긴 힘들 것이다. 지금은 영화인들이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이고 영화 환경 또한 이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1960~80년대 한국영화계는 비교적 그렇지 못했다. 영화 출연이나 제작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었고, 성별을 떠나 배우들이 주도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주목받는 배우가 연기 외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은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영화사에서 김지미 선생님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1960~80년대를 장식한 수많은 작품에 참여한 배우이면서 동시에 영화사의 부침을 일선에서 함께한 영화인이기 때문이다.
Q
흔히 그를 가리켜 ‘영화계의 여장부’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
A
내가 아역으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김지미 선생님은 이미 영화계의 거목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셨고 어린 마음에 옆에 가서 인사드리는 것조차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처음 제대로 인사를 드린 것이 20대 후반 무렵이었다. 내가 쉽게 긴장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당시 정말 많이 떨었던 기억이 난다(웃음). 그때 선생님께서 엄마처럼 안아주시더라. 개인적으로 각별한 순간이었다. 이후 선생님은 당신보다 내게 더 필요할 거라며 옷장의 옷을 한아름 챙겨 보내주시기도 했다. 당시 내게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옷들이었는데 덕분에 아직도 그 옷들을 입고 있다. 한참 아래의 후배인지라 친숙하지 않으셨을 텐데 먼저 다가와 배려해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했다. 불행히도 나는 선생님과 작품에서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지만,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신이 배우인 까닭인지 후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시다고 한다. 알려진 것처럼 카리스마 있고 강단 있는 분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이고 자상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Q
최근 김지미 씨가 오랜 동료 분들과 여전히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간만의 한국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앞서 언급한 그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으로 돌아오신다면 반가워할 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
영화계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언젠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영화계의 큰 어른으로서 힘이 되어주시면 좋겠다고. 한 배우가 수백 편의 작품에 참여하고 영화인으로서 다양한 경험과 연륜을 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계의 상황이 바뀐 만큼 아마도 그와 같은 공력의 영화인을 다시 보긴 힘들지 않을까? 전주국제영화제의 <비구니> 상영 행사에서도 다시금 느꼈지만 김지미 선생님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굉장하신 분이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선생님께서 작품으로, 나아가 영화계로 돌아오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by.
강수연(영화배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