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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낭만 1번지, 육림극장
육림극장, 정말 오랜만에 입 밖으로 뱉어봐도 정겨운 이름이다. 멀티플렉스가 없던 대학 시절 춘천에서 가장 자주 가던 극장은 육림극장이었다. 주말에 가면 어김없이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치던 그곳. 오래된 극장들이 대부분 그렇듯 올라가는 계단 벽과 1층 소파 근처에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 포스터들이 있고, 실내에선 매캐한 담배 냄새가 살짝 났고, 극장 내 작은 매점에선 아주머니가 군밤을 구워 팔기도 했다.
춘천에서 스크린이 가장 큰 극장이었기 때문에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면 다들 앞 다퉈 육림극장을 찾았다.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엔 상영관 입구부터 길게 줄을 서야 했는데 <공동경비구역 JSA> 개봉 당시엔 극장 건물 블록을 벗어나 옆 블록까지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이 붐비는 주말, 그 어둑한 시간이 되면 춘천 명동으로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줄에 섰고 오늘 처음 만난 분위기의 어색한 커플들도 풋풋한 눈빛을 나누며 한 시간 가깝게 그 줄에 서 있었다. 모처럼의 영화 데이트인데 줄을 늦게 섰다가 화면도 잘 안 보이는 구석에서 볼 수는 없잖은가.
그때 그 줄에 서 있던 연인들과 친구들, 가족들은 같이 있던 사람과 한 시간씩이나 그 줄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처음 만난 커플은 무슨 얘길 나눴을까. 처음 만났으니 할 말이 더 많았을까? 그 사람들은 차치하고 나는 동행과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시간 때우기에 최적화된 최신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지금은 그때 무슨 얘길 나눴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눈 오는 겨울 동행을 그 줄에 세워두고 뜨거운 캔커피를 사 오겠다고 뛰어가던 기억, 더운 여름 저 앞에서, 저 뒤에서 기다리다 몸이 부대낀 사람들끼리 시비가 붙은 소리. 간신히 입장했더니 공장에서나 볼법한 초대형 선풍기 바로 앞자리라 회전이 돌아올 때마다 대사가 안 들려 15초마다 집중하던 기억. 불편하고 구질구질한 기억이라도 지나고 나면 아름답다고, 그 하나하나의 추억이 생각할수록 정겹다. 아주 오래된 고향 친구를 떠올리는 것처럼. 육림극장, 시작하면서 한 번, 마치면서 한번, 입 밖으로 내본다. 역시 정겹다.
by.
황석희(영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