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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김동호가 말하는 안성기
안성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배우다. 인기 절정에 있는 한류 스타나, ‘몸값’이 최고로 높은 배우라 해도 국민 배우라는 명칭은 얻지 못한다. 배우로서의 연륜, 뛰어난 연기력, 친화력과 인품, 이 모든 것을 갖추고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앞에 ‘국민’이란 호칭이 따라붙는다. 안성기가 바로 이런 배우다.
배우 안성기가 올해 연기 생활 60주년을 맞는다. 50대 중반의 나이로 보이는 그가 올해 만 65세, 연기 생활 60년을 맞았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물론 배우로서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1957년, 다섯 살 때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입문한 안성기는 이듬해 <한 많은 청춘>(권영순), <눈물>(박성복), <초설>(김기영), <모정>(양주남) 등 네 편에 주연 또는 조연으로 출연함으로써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하녀>(김기영, 1960), <만다라>(임권택, 1981), <고래사냥>(배창호, 1984), <겨울나그네>(곽지균, 1986), <칠수와 만수>(박광수, 1988), <하얀전쟁>(정지영, 1992),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1998), <실미도>(강우석, 2003), 그리고 최근 베니스영화제에 특별초청된 임권택 감독의 <화장>(2014)과 30대 청년 못지않게 고산준령을 날아다니며 촬영한 <사냥>(이우철, 2015)에 이르기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는 127편이다. 모두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다.
또한 안성기는 타고난 성실함과 넉넉한 인품으로 영화계의 선배, 동료, 후배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영화계의 일이라면 좋은 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발 벗고 나서면서 영화계의 ‘맏형’ 구실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내가 안성기를 존경하고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천부적인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바로 이런 성실하고 진솔한 인간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취화선>(임권택, 2002)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나 안성기와 이병헌이 핸드프린팅을 위해 할리우드를 방문했을 때,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정창화 감독이 주최한 한국영화제 때도 그와 함께 있었다. 해외에서 보여준 그의 일상도 국내와 다름없이 몸가짐에 흐트러짐이 없었고, 밖에서 오히려 더 스스로에게 엄격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안성기는 심성이 여려서 부탁을 좀처럼 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 이사,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 그가 맡고 있는 직책도 적지 않다. 놀라운 것은 그가 맡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강한 집념, 책임감, 그리고 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배우 안성기의 연기생활 60년을 축하하면서 앞으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by.
김동호(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