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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기쁜 우리 젊은 날>(배창호, 1987)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첫사랑, 혹은 짝사랑을 다룬 영화의 ‘고전’이자 ‘교본’ 같은 작품이다. 아름다운 여대생을 짝사랑하는 남자, 영민(안성기)의 마음과 행동은 절절하다 못해 병적(?)이어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나는 이 영화의 수많은 장면 중 아버지(최불암)와 영민의 놀이터 신을 잊지 못하겠다. 혜린(황신혜)에게 고백한 후 느닷없이 뺨을 맞고 돌아와 집 앞 텅 빈 놀이터 그네에 앉은 영민. 이윽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버지와 함께 그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안 좋은 일 있었구나?” “아뇨” “술 먹었니?” “아뇨” … “그 여학생이 그렇게 좋으냐?” 아버지의 따뜻하고 담담한 위로 같은 질문에 영민은 아이처럼 ‘앙’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이 영화 전에도, 이후에도 한국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나 대화 장면을 이토록 새롭고 섬세하게 그린 것을 본 경험이 없다. 더불어 순수하기 짝이 없는 영민의 얼굴을 더할 나위 없이 잘 체현한 안성기 배우의 모습 또한 잊지 못하겠다.
by.
심재명(명필름 대표)